
로마노는 5일자 5면에 루카 펠레그리니 전문기자의 비평을 실었다.
펠레그리니는 "제목인 '피에타'는 죽음과 생명, 박해자와 박해받는 자, 공포와 희망이 결합된, 아이러니컬한 이중의 의미가 담긴 언어"라고 운을 뗐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삶을 대변하는 18번째 작품으로서, 대중은 이미 그의 보기 괴로울 만큼 폭력적이고 잔인하면서도 때로는 형이상학적이고, 때로는 뉘앙스가 풍부하고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을 많이 알고 있다"면서 "'피에타'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숨김없이 묘사하면서도 영혼 구원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영화는 감정에 흔들리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사랑 또는 증오와 같은 식상한 말도, 고상한 정의나 용서라는 거룩한 말도 없다. 다만 대사에서처럼 '오늘, 나는 다시 한 번 방황하는 믿음으로 하늘을 본다'는 표현만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시대의 사람들은 죽지 않는 한 돈에 매여 살아간다"는 김 감독의 말을 인용한 뒤 "영화 속 '강도'(이정진)가 서울 청계천의 영세한 공장 골목에서 채무자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채무자의 손발을 아스팔트 위에 짓이기는 장면이 자본주의 사회의 슬픈 현실을 드러낸다"고 짚었다.

또 "많이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 하고 못 가진 사람은 정당한 요구조차 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 하는 채무자와 빚을 받아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강도의 삶에는 피에타(자비)가 없다. 그러나 강도는 어머니를 자처하는 여인(조민수) 앞에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버렸지만 여인은 맹목적으로 아들을 따른다. 점차 두 사람은 혼자가 아님을 느끼며 서로에게 빠져든다"고 영화를 돌아봤다.
펠레그리니는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로 인해 아들은 처음으로 고통을 느끼고 범죄의 현장에서 자비를 갈구하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어머니의 비밀로 인해 '피에타'는 복수가 되기도 하고, 용서가 되기도 하며, 속죄가 되기도 한다"고 풀이했다.
이 비평은 '피에타'가 8일 황금사자상을 받기 전 발표됐다. '피에타'에 대한 교황청의 관심을 짐작케 한다. 영화 제목이자 포스터의 주제인 '피에타'는 자비, 연민 등을 뜻하는 라틴어로 가톨릭 신자들이 미사 때 바치는 '자비송'의 후렴구("자비를 베푸소서")로 많이 알려져 있다.
김 감독은 '빈 집'으로 2004년 제6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함께 세계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시그니스월드)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한국가톨릭매스컴상 영화부문상의 주인공도 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