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원장측과 정준길 위원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조사결과 진실이 확인될 경우 어느 쪽이든 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은 물론 대선 정국에 엄청난 파문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즉 '협박'이 사실일 경우 당장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준길 위원 주장대로 단순한 '친구사이의 대화'수준으로 확인될 경우 되레 안 원장측은 '대화를 과장'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했다는 비판에 직면, 결정적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죽는다. 여자와 뇌물 문제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금 변호사가 이날 밝힌 정준길 공보위원의 통화 내용은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고,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씨와의 통화내용을 보면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인 뒷조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경찰의 안철수 원장에 대한 사찰 논란에 대해서도 정 공보위원은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고 했다"며 "정씨의 언동에 비춰볼 때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인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 측에 전달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안 원장, 불출마 협박' 논란의 당사자인 정준길 공보위원은 이에 정 위원은 "금 변호사와는 친구사이로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전한 것에 불과하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오래된 친구로서 이야기한 것인데 이를 확대해석해서 정치공작이니 배후니 운운하는게 안타깝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정 위원은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지위도 아닐 뿐더러 금 변호사와는 자주 만난 친구사이라며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정 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개 공보위원에 불과한 제가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지위에 있지도 않고 그런 이야기를 전달할 입장도 아니다"며 "같은 서울대 법대 86학번으로 대학 졸업 이후에 동문회장을 수년간 맡으면서 모임을 정기적으로 해왔고 그 과정에서 금 변호사와 자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눈 친구 사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전화통화에 대해서는 "제가 당시 공보위원으로 임명된 상태였는데 유력한 대선후보로 예정돼 있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관련 업무도 공보위원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비록 친구사이지만 향후 본의 아니게 공세나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자는 취지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대화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들은 시중의 몇 가지 이야기를 전달하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검증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안 원장의 대변인, 박 후보의 공보위원이기 이전에 대학 시절 함께 한 친구관계이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위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금 변호사의 주장대로 "산업은행 강모 팀장의 주식 뇌물공여,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출신 30대 여성 이야기를 언급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정 위원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은 모두 서울대 법과대학 86학번 친구로서 각각 제34회,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년 사이로 검사로 임용돼 정치에 입문했다.
금 변호사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 1995년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해 검찰연구관과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10년여 동안 근무한 전력이 있고, 정 위원은 지난 2003년 울산지검 근무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하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대검 중수부 검사로서 명성을 쌓았다.
정 위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협박 폭로'가 되레 안철수 원장 측에 역풍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구 사이'라며 "세간의 소문을 전한 것일 뿐"이라는 정 위원과 "협박이 맞다"고 주장하는 금 변호사의 해석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서로 친구 관계라는 정 위원의 주장에 금 변호사는 사실상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 변호사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 위원과의 접촉에 대해 "제 핸드폰에 연락처는 있는데 1년인가 몇개월인가는 하여간 한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연락이 없었고, 최근에 안부문자가 왔다"고만 말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는 의미로 보인다.
이는 금 변호사측 입장에서 보면 정 위원과의 통화내용이 '친구로서의 얘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추후 조사결과에 밝혀지겠만 일단 금 변호사의 이날 발언은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안겼다. 이날 폭로로 안 원장의 대선 공식 출마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화되는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출마선언을 한 뒤 본격 대응에 나서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정 위원은 이날 이번 파문을 일으킨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당에 사의를 표명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