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스스로 오물을 뒤집어 쓰는 행태는 정치에 불행한 사태"
"당원이 우편투표로 당 대표 공직후보도 뽑는 선진 정당 만들 것"
대담 = 남문현 정치부장·정리 = 손대선 김동현 기자·사진 = 전진환 기자 = 호사가들은 대개 정치인 이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에 앞서 1997년 대통령선거만을 이야기한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결과에 불복해 탈당을 감행, 그해 대통령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그를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얻은 500여만표는 분명 그가 우리나라 현대정치사에서 갖는 지분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6선 의원이라는 정치적 무게감은 개인의 정치적 부침 속에서도 여전하다.
뉴시스는 30일 오전 서울 충무로 뉴시스 본사에서 이인제 통일선진당 대표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연말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고 있는 그와 당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제3세력 규합을 통해 당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이 대표는 "국민들의 마음이 안 원장에게 모아지고 있다"며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으로 고착화된 양당체제 타파를 위한 적임자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점찍었다.
이 대표는 "선진당이 추구하는 노선은 양대패권 세력에 반대하는 새로운 정치세력과 교감하는 것"이라며 "이미 그 세력과 연석회의를 제안해놨다. 당내 대선기획단이 회의를 하면서 새로운 세력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세력들과의 접촉은 제3후보 옹립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대선의)가장 중요한 변수 하나를 꼽자면 양대 세력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안 원장에게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며 "엄중한 현실이다. 현재 제도권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는 에너지가 안 원장에게 몰려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체인 안 원장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어떤 선택이든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는 날짜가 정해져 있는데 애매모호한 구도로 계속 가는 것은 나라를 위해 옳지 않다"며 "안 원장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 원장의 결정에 따라서 선진당은 독자적인 국민후보를 내겠다는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 가시화되고 추진하는 것은 하늘이 도와줘야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야권의 또다른 장외주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의 연대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그는 "긴밀하게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감을 안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제 3의 국민 후보는 국민과 함께 만들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위해 국민 여론이 모아져야 한다. 또 여론이 모아지고 있는 안 원장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변수가 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 원장에게 기대를 모아주고 있는 국민 마음의 본질은 양대 낡은 정당의 틀을 깨고 제 3의 길로 가라는 것"이라며 "그런 전제하에서 협력을 생각하고 있다. 선진당과 입장이 같다"고 정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마지막 정치적 열정을 양당정치 해체와 제3 정치세력 육성, 그리고 통일한국을 위해 쏟아붓겠다는 그의 뜻이 연말 대선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또 한번 관심이 간다.
다음 이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이명수 의원과 유한식 세종특별자치시장이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 의원은 4·11 총선 당시부터 당선이 되면 당을 옮기겠다고 말했고, 당선된 직후 탈당 문제를 거론했었다. 그래서 저도 그렇고 당 차원에서도 선진통일당 이름으로 당선된 이후 명분이 없이 탈당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득해왔다.
이 의원 등의 탈당은 명분이 없다. 탈당은 정치인으로서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명분이 있어야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탈당 자체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고 당으로서는 큰 문제를 삼을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동안 이 의원의 탈당 배후에 새누리당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의원과 접촉을 해서 혼자 탈당하지 말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등과 집단 탈당을 한 뒤 입당을 하라고 하는 등 배후에서 개입했다. 그래서 이 의원이 자당 소속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 수없이 접촉해서 탈당을 권유했다. 심지어는 제 지역구 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만나서 탈당을 설득키도 했다.
그동안 선진당은 새누리당이 그런 정치공작을 하겠는가라면서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현실화가 됐다. 이 부분은 용서받을 수 없다. 한 개인의 탈당은 자유지만, 다른 당이 배후에서 개입해서 우리당 소속 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을 집단 탈당시켜 당세를 불리겠다는 것은 명백한 정치공작이다.
아주 치졸하고 파렴치한 행동이다. 우리당의 상처가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 스스로 오물을 뒤집어 쓰는 짓이고 집권당의 이런 행태는 우리 국가 정치에 불행한 사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나쁜 역사일 수록 되풀이 된다고 하는데 10년전 한나라당이 이회창 대세론에 취해있을 때 자유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을 대거 탈당시켜 끌고 갔다. 당시 자민련은 13명의 의원 중 4명만 남고 다 끌려갔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눈 뜨고 의원들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됐는가. 당시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충청도 지역만 장악하면 된다는 목적으로 저지른 정치공작이 오히려 충청도 민심의 저주를 받아서 정권을 놓쳤다. 이번 사건도 하나도 다르지 않다. 되풀이 되는 상황이다."
-탈당의 배후에 새누리당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
"선거가 끝난지 4개월만에 전부 데려가지 않았는가. 이 의원 본인이 처음에 옹색한 당이 싫어서 탈당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이 의원을 시켜서 여러 의원들을 접촉한 뒤 집단 탈당을 하게 했고 이들이 새누리당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로 볼 수 있다."
-추가적인 탈당 움직임이 있는가.
"또 한군데에서 탈당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많으면 두군데고 아니면 한군데다. 아직은 동조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의원이 거의 다 만나고 다녔다. 추악한 정치공작을 한 것이다."
-새누리당측이 이회창 전 대표와 접촉했다는 설도 나돈다.
"그 부분은 아는 바 없다."
-탈당 문제와 관련해 이회창 전 대표와 심대평 전 대표 등과 논의한 적이 있는가.

-이번 탈당 사태가 보수대연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
"정당으로서 유일한 연합가능성이 선진통일당이다. 그런데 선진당을 와해하려는 정치공작을 새누리당이 했다. 그 부분은 새누리당에 가서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보수대연합을 위한) 남은 가능성의 다리를 그 사람들이 불태워 없앴다. 다시 다리를 놓거나 안놓는 것은 새누리당의 몫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새누리당에 정치적 액션을 취할 생각인가.
"긴급하게 확대 당무회의를 열고 선진당의 당론을 모아나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새누리당의 야비한 정치공작에 대해 선진당이 규탄을 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심판은 국민들의 몫이다."
-정치권에서는 선진당의 연대 대상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기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선진당의 정체성을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지역패권을 반대하고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남북 분단을 해체하고 민족 통일을 추구한다.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행동으로 풀어내는 것이 선진당의 정체성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념과 지향점만 다를 뿐 똑같이 지역·이념·패권·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세력이다.
선진당의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힘으로 후보를 만들어 정권을 잡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양대 세력에 반대하는 정치·시민 세력과 연대를 하고 국민들과 함께 후보를 만들어 정권을 잡겠다는 기본전략은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될 지 안될 지는 국민들의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제 장담할 수 없다. 차선책으로는 선진당이 종북세력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에서 나쁜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위해 보수대연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다리를 새누리당이 불태워 없애버린 것이다."
-보수대연합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뜻인가.
"잔인하게 정치공작의 칼을 들이댄 세력과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안 원장과 접촉을 한 사실은 있는가.
"안 원장과 직접적인 접촉을 한 적은 없다. 선진당이 추구하는 노선은 양대패권 세력에 반대하는 새로운 정치세력과 교감하는 것이다. 이미 그 세력과 연석회의를 제안해놨다. 당내 대선기획단이 회의를 하면서 새로운 세력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수 하나를 꼽자면 양대 세력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안 원장에게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엄중한 현실이다. 현재 제도권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는 에너지가 안 원장에게 몰려있다. 하지만 주체인 안 원장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어떤 선택이든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대통령 선거는 날짜가 정해져 있는데 애매모호한 구도로 계속 가는 것은 나라를 위해 옳지 않다. 안 원장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지역을 나눠 대립하고 낡은 민생과 이념의 탈을 쓰고 기득권을 누릴려고 하는 정치를 깨고 민생을 현실적으로 해결하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마음에 헌신하기 위해 내가 결심한다고 하는 방법이 하나다.
또 민주당은 안 원장을 자신들 편으로 기정사실화해서 연대를 한다고 하는데 안 원장이 그런 결정을 하든지 아니면 감당을 못하겠다며 포기를 하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안 원장의 결정에 따라서 선진당은 독자적인 국민후보를 내겠다는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가시화되고 추진하는 것은 하늘이 도와줘야 가능하다."
-선진당의 연대 대상에 민주당은 없는가.
"민주당도 낡은 지역패권과 이념패권에 매몰돼 있다. 민주당에도 중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헤게모니(주도권)를 잡은 사람들은 위험한 노선의 진보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진보당과 선거 연대를 해서 극단적인 종북세력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통합진보당의 종북 실체가 우연히 폭로됐는데 민주당은 이제와 여론에 밀려 연대를 파기한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당내 질서는 바뀌지 않고 있다. 선진당은 위험한 노선과는 손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대권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 전 총리측과의 교감이 있는가.
"긴밀하게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감을 안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제 3의 국민 후보는 국민과 함께 만들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위해 국민 여론이 모아져야 한다. 또 여론이 모아지고 있는 안 원장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변수가 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정 전 총리는 안 원장과의 연대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안 원장에게 기대를 모아주고 있는 국민 마음의 본질은 양대 낡은 정당의 틀을 깨고 제 3의 길로 가라는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서 협력을 생각하고 있다. 선진당과 입장이 같다."
-만약 안 원장과의 연대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
"정치에는 최선도 있고 차선도 있다. 마지막까지 갈 수 없는 것은 최악인데 그것은 그때 가서 보는게 좋겠다. 최선책이나 차선책은 우리 독자노선이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로 대선주자가 결정됐고 민주당은 대선 경선을 실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1992년 대선을 비롯해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을 중심에서 관찰한 경험도 있고 당사자로 뛴 경험이 있다. 이번 대선 정국은 과거보다 불확실하고 더 많은 변수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태풍이 어떻게 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국민들도 굉장히 불안하고 답답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후보를 결정하는데 박 후보가 84%의 지지를 얻었다. 다른 사람들의 지지율은 의미없이 일방적인 독주로 끝났다. 민주주의와 당원주의 등 다양한 가치가 숨쉬는 민주주의 사회 정당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것을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불안한 것이다. 이상하다고 생각 안하는 새누리당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 과거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 국민들의 지지율은 통상적으로 55%를 다 넘었다. 나중에 본선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경우는 있지만 박 후보의 경우는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대세론이라면서 교만한 정치공작을 하는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다.
민주당의 경우는 제 1야당으로 12월 대선에서 벽보에 붙일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인지 장외에 있는 사람에게 후보를 양보할 사람을 뽑는 것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당 대표가 일단 후보를 뽑아서 장외에 있는 분과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여론조사로 해야 한다. 하나마나 아닌가.

그리고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여야 대선주자들이 제시하는 이슈가 거의 대동소이하다. 우선 복지를 둘 들고 나왔다. 표현은 맞춤형 복지 등으로 사용하는데 결국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거둬 국민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또 재벌의 횡포를 막아서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한다. 여야가 구체적으로는 다르겟지만 다르다고 할 수 없다. 같은 것을 들고 나온 것이다.
여론조사를 볼 때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의 1등은 경제성장이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실업과 경기침체로 국민들의 주머니가 말라있다. 돈을 사용할 곳은 많은데 주머니가 말라있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경제성장의 원천이나 동력을 확충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활성화를 통해 주머니를 채워주겠다는 비전을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데 배고픈 사람에게 꿀단지를 들고가 꿀을 주려고 한다.
아직도 성장의 원천과 동력 확충문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대선 정국에서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불길이 어떻게 번져나갈지에 대해 이번 대선 정국은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매우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
-선진당은 대선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최선을 다해 낡은 정치를 개혁하고 국민들의 민생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꽉막힌 민족 문제도 해결해내는 비전과 목표 가치를 제시하고 이에 동의하는 세력들과 함께 국민 후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박 후보가 최근 대통합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그것이 (본격적 대통합 행보의)시작이라고 하면 의미가 있는 것이고 지나가는 제스처라고 하면 잘못된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든 풀어서 통합을 해보겠다는 의도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제스처라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제스처를 할 때도 최소한의 절차가 있다. 일방통행은 안된다. 상대방과 조율도 하고 대화할 내용도 사전에 교감해야 한다. 실제로 찾아가는 사람과 맞이하는 사람이 편하게 만나서 의미있는 대화를 해야 하는데 한번에 해결이 될 수 있겠는가.
박 후보가 최근 전태일 재단에 방문을 하려다 무산됐다고 한다. 전태일 열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싼 노동력을 갖고 산업화를 구축할 때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고생했고 인권을 보장할 여력이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일어난 희생인데 박 후보가 시대적인 배경을 놓고 전태일 재단에 방문해 어떤 얘기를 나누고 그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알맹이가 없었다. 권양숙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 예방에서도 동일했다.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의 본질을 잘 통찰해서 잘 풀어낼 수 있는 의미있는 대화가 있었어야 하는데 박 후보가 봉화마을 등을 방문해 어떤 의미있는 대화를 나눴는지 들은 바 없다."
-박 후보를 만날 생각은 있는가.
"아직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대표 취임하면서 선진통일당을 대중적 민주정당, 정책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직 우리나라 정당이 낙후돼 있다. 정당이 진화되지 못하고 있다. 크게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문화·교육 등은 그런대로 많이 발전하고 진화됐는데 낙후된 영역이 정치다. 기본적인 틀은 정당인데 낡은 틀을 유지하고 있다. 대중적인 민주정당이 아니라 엘리트들에 의한 거품정당이다. 한 사람의 지도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당이다.
단적인 예가 공직후보를 결정하는 기능이다. 유권자는 공천자를 중심으로 투표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공직후보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모른다. 선거때 당권을 잡은 사람들이 공천심사위원회를 만들고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을 위원장으로 앉히기도 한다. 자신들이 기준을 만들고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음대로 공천을 하는 것이다. 경상도에 공천 신청을 한 사람을 경기도에 공천을 하는 등 핀셋공천을 한다.
유권자가 주인이 아닌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당원과 대의원, 범위를 넓히면 유권자들의 여망에 의해 후보가 결정돼야 한다. 그 후보자들이 경쟁을 한 뒤 신임받는 사람이 지역 주민의 대변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당원이 당의 주인이 되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대중적인 정당으로 진화를 못하는 것이 지금 우리 정당의 현실이다. 우리 눈으로 지난 총선때 보지 않았는가. 공천비리가 터져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지금 허우적대고 있지 않는가. 당원과 대중이 공천을 결정하면 무슨 부정과 비리가 있겠는가.
또 과학적인 정책정당이 아니고 주먹구구식의 정당도 문제다. 현재 정당은 국고에서 보조금이 많이 나간다. 통합진보당을 제외하고 어느 당이든 당비는 미비하고 국민 세금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400~500억원을 받고 선거가 없는 해에도 200억을 받고 있지만 자신들의 하드웨어에 쓰고 있다.
그 돈을 정책을 만들고 인물을 만드는데 써야 하는데 한푼도 안쓴다.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정책을 발전시키는 국회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책예산도 마찬가지다. 딱딱한 관료들이 만들어서 올린 안을 자신들의 지역사업을 붙이고 빼서 해마다 통과시키는 것이 예산이다. 선진국은 정책의 주도권을 정당·국회가 쥐고 있다. 국회에서 예산을 주문하기 때문에 해마다 예산이 다르다. 그러니까 사회가 발전을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볼 때 우리 정당의 틀이 낙후돼 있는 것이다. 선진당은 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니까 처음부터 바꿔보자고 주권 당원제를 도입했다. 지금은 시작이라서 힘들지만 시간이 가면 탄력을 받을 것이다. 다음 총선때까지 10만명의 당원이 소속감을 갖고 한달에 2000~3000원의 당비를 내게 만들겠다.
당원이 우편투표로 당 대표도 뽑고 공직후보도 뽑도록 만들겠다. 영국의 보수당은 전 당원이 우편투표로 당 대표도 뽑는데 35만명이 투표를 했다. 선진당도 더 발전을 하면 30만~40만명의 주권 당원을 갖는 시대가 올 것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니까 계획을 세워서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당내 갈등 등 논란이 있었다.
"선진당은 환골탈태해서 새롭게 출발을 하고 있다. 당내 갈등은 그런 과정에서 겪는 여러 진통이다. 일부 의원들의 탈당도 같은 맥락이다. 태풍에 나무가 흔들릴 수 있지만 부러지지 않고 견디면 뿌리가 땅속으로 깊게 박혀서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선진당을 없애려는 사람들이 시비를 걸기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 길게 보고 하는 것이다."
-여야가 최근 정치쇄신을 외치고 있다. 범 정치권에서 공동으로 논의할 생각은 없는가.
"그렇게 해야한다. 그런데 양대 정당은 지역패권과 낡은 이념패권이라는 기득권속에 있다. 지역패권은 지역감정을 이용해 상대를 미워하게 만들어야 유지된다. 이념패권은 상대를 부정하고 대립해야만 유지된다. 낡은 틀이 깨지기 전까지 한국 정치는 옴짝달싹 못한다. 정치와는 상관없는 일개 교수에게 국민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지 않는가. 이보다 더 불행한 사건이 어디있겠는가."
-최근 북한인권법을 직접 발의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북한 주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다. 통일을 해서 함께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는 동포들이다. 인권 문제는 국경을 초월한 인류 보편적 가치다. 유엔, 미국, 일본 등에서 법을 만들어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은 인권법 제정문제를 놓고 한 발자국도 못나가고 있다.
17~18대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인권법을 제출했는데 책상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새누리당은 체면용으로 법안을 내놨을 뿐, 해결할 열정이 없다. 민주당은 북한을 자극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없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내용으로 하는 인권이 한계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다면 우리 민족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 여론을 일으켜서 인권 법안이 제정되도록 하겠다."
▲1948년 12월11일 충남 논산 ▲경복고, 서울대 법대 ▲대전지방법원 판사 ▲노동부장관 ▲13, 14, 16, 17, 18, 19대 국회의원 ▲민선 1기 경기도지사 ▲15, 17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진통일당 대표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