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국내 축구 아마와 프로를 통틀어 최고의 자리를 가리는 FA컵의 결승 티켓을 놓고 프로 4개 팀이 격돌한다.
'2012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포항스틸러스-제주유나이티드, 울산현대-경남FC전이 다음달 1일 오후 7시 포항스틸야드와 울산문수구장에서 각각 펼쳐진다.
준결승에 오른 4개 팀 중 우승 맛을 본 팀은 포항이 유일하다.
포항은 1996년 승부차기 끝에 수원삼성을 제압하고 FA컵 초대챔피언에 올랐다. 2008년에는 결승에서 경남을 만나 2-0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포항은 FA컵에서 제주와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지난 2007년에도 올해처럼 준결승전에서 격돌, 2-1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포항은 전반 10분 따바레즈의 선제골과 조네스의 추가골을 앞세워 제주를 따돌렸다. 공교롭게 장소 역시 그 때와 같은 포항의 안방에서 열린다. 포항에게는 좋은 기억 뿐이다.
포항 공격의 시발점에는 '중원 사령관' 황진성(28)이 있다. 황진성은 정확한 패스와 날카로운 슈팅, 빠른 발과 기술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 포항의 공격력을 배가시킨다. 지난 19일 대구FC와의 경기에서는 K리그 통산 7번째로 50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미드필더임을 입증했다.
주장 신형민(26)이 최근 아랍에미리트리그로 이적해 미드필드에서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한국의 가투소' 황지수(31)가 회복세에 있어 든든하다.
제주는 FA컵 승리로 K리그에서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8경기 연속 무승(4무4패)의 늪에 빠져 있지만 반전드라마를 준비중이다.
시즌 초 목표로 했던 다음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를 위해서도 FA컵 우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는 특유의 '방울뱀 축구'로 포항을 제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산토스가 한달 여 만에 부상에서 복귀하는 제주는 자일에다가 최근 합류한 마르케까지 묶어 공격 삼각편대를 마무리했다.
특히 산토스(27)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특유의 스피드와 유연성을 가진 산토스가 제 역할만 해준다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포항 수비진을 얼마든지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토스가 합류하면 서동현(27)과 자일(24)에 집중됐던 공격루트의 분산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FA컵 4강전에는 산토스를 투입할 생각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주의 오승범(31)과 포항의 정홍연(29)에게는 이번 준결승이 더욱 의미 있다. 서로 옛 친정팀을 상대로 승부를 가려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4년전 포항 소속이었던 오승범, 제주 소속이었던 정홍연은 유니폼을 바꿔입은 채 경기에 나선다.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리는 울산과 경남의 준결승전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그동안 유독 FA컵과 인연이 없었던 울산은 '철퇴축구'를 앞세워 준결승 징크스를 깨겠다고 벼르고 있다. 울산은 FA컵 준결승에만 7차례(1996·1998·1999· 2001· 2003· 2004· 2011) 올랐으나 1998년(준우승)을 제외하고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단단히 독에 올랐다.
반면 경남FC는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다. 지난 26일 광주전(2-1 승)을 계기로 상위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팀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극적인 상위리그 진출로 분위기가 한껏 고무된 상태다.
까이끼(24), 윤일록(20), 김인한(24)이 앞장서 울산의 골문을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K리그 30라운드 경기인 광주전에 뛰지 못했던 강승조(26)가 돌아오는 것도 반갑다. 덕분에 중원이 한층 단단해졌다.
K리그 역대 전적에서는 16전9승3무4패로 울산이 앞서 있다. 하지만 올 시즌 기록만 놓고 보면 1승1패로 팽팽히 맞서 있다.
섣불리 승부를 예상하기 힘들다. 단판승부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4개 팀. 과연 결승행 티켓은 어느 팀에 돌아갈지 팬들의 관심은 1일 결과에 쏠려 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