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계를 휩쓸고 있는 안영미(29) 강유미(29) 정경미(32) 김경아(31)가 대한민국에서 개그우먼으로서 살아가는 기쁨을 한껏 드러냈다.
김경아 역시 "개그우먼으로 살아가는 것, 참 즐겁다"며 웃었다. "공개적으로 꼴값을 떨어도 개그우먼이라는 이유로 상당 부문 무마되는 것이 있잖아요. 호호호."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분장실의 강 선생님'중 '골룸'으로 주목받은 안영미는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아메리카노'팀의 '김꽃두레'로 큰 인기를 누렸다. "골룸 이후 다음 캐릭터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김꽃두레가 선물처럼 왔어요. 또 뭔가 나오겠지라는 마음에 이제는 큰 부담이 없어요."
양악수술을 받은 강유미는 성형수술이 웃음소재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저는 개그우먼이잖아요. 성형도 개그 소재로 충분히 쓸 수 있어요. 예전처럼 얼굴이 아닌 이제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싶어요. 호호호."
7~12년 간 친분을 쌓은 이들은 2009년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3년 만에 다시 뭉쳐 코믹컬 '드립걸즈'를 선보인다. 강유미는 "개그콘서트도 아니고 뮤지컬도 아니고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개그콘서트'와 '코미디빅리그' 등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화끈하면서도 재기발랄한 개그와 노래, 퍼포먼스를 라이브로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드립걸즈'에서 '드립'은 연극이나 방송에서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가리키는 '애드리브'에서 따온 것이다. 거침 없는 캐릭터인 안영미는 '막말드립', 성형으로 부쩍 예뻐진 강유미는 '뷰티드립', 남자친구인 개그맨 덕분에 국민요정으로 등극한 정경미는 '연애드립', 지난해 아들을 얻은 김경아는 '육아드립'을 맡는 등 이미 구축한 각자의 캐릭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안영미는 "'39금'(39세 미만 관람불가)을 방불케 하는 드립을 고민 중"이라며 눈을 빛냈다. "연습 때 제 애드리브를 듣고 연출님께서 놀라시더라고요. 호호호. 그런데 나머지 세 명이 보수적이라…."
무엇보다 마음껏 '끼'를 뽐낼 수 있는 공연이라 마음에 든다. 김경아는 "그간 우리가 하고 싶었고 만족하는 공연"이라며 "개그 프로그램은 5분여라는 시간으로 제한됐는데 이번에는 90분 동안 마음껏 보여줄 것"이라고 별렀다.
9월1일 '드립걸즈' 공연 첫 회가 매진되면 비키니 수영복을 입겠다고 공약하기도 한 정경미는 "공연이 흥행에 성공하면 올해 말 지방을 돌고, 내년에는 해외 공연을 하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방송에 '드립걸즈'라는 이름의 프로그램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미용과 패션, 음악, 요리, 육아 등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녹여낸다. 무대 위에서는 항상 웃음을 주는 그녀들이지만 일상에서는 여자로서 고민도 있을 법하다.

정경미는 "결혼 뒤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꺼내들었다. "한때는 스물아홉살 까지만 개콘에 출연할까라는 생각도 했다"며 "마흔 넘어서는 토크쇼를 하고 싶고, 50대에는 남편과 여유 있게 살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다른 직업을 택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는 마음이다.
지난해 육아에 집중하다 최근 복귀하게 된 김경아는 "여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지만 개그우먼으서로서는 퇴화해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며 "개그계가 평생직장이라 생각하는데 이번 공연을 발판 삼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최근 개그맨·개그우먼이 유독 주목받고 있다. "개그맨, 개그우먼들은 다방면에서 뛰어나야 해요. 연기나 노래 등 끼가 많아야하죠. 요즘 그런 점을 알아봐주셔서 참 감사해요.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경미)
30세 안팎의 개그우먼들이 꿈꾸는 미래는? 안영미는 개그 욕심을 부렸다. "남자들처럼 온갖 더러운 개그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나머지 셋이 "너는 이미 심하게 (더러운 개그를) 하고 있다"고 핀잔을 주자 안영미는 "그런가"라고 시원하게 웃어 넘겼다.
"지금 방송 버라이어티 쇼를 보면 '우정의 무대'예요. 여자 개그맨들이 거의 없죠. 이번 공연으로 여자들도 다양한 쇼에 출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안영미)
강유미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같이 나이가 많아도 연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요. 정치인을 풍자하거나 할머니 역을 맡고 싶죠"라고 바랐다. 김경아는 "박미선, 김미화 선배처럼 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죽을 때까지 개그우먼으로 살고 싶다. "은퇴 뒤 동네에서도 개그를 하고 싶어요. 죽기 직전까지 웃기다 죽었으면 좋겠어요." (안영미)
"호상이죠. 호상. 호호호." (정경미·강유미·김경아)
10월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상을 받은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의 극작·연출가 오미영(37)씨, '코미디 빅리그'의 작가 백성운씨가 힘을 보탠다. 4만~5만원, CJ E&M·YK엔터테인먼트. 1588-0688【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