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샌가 가벼운 공연들로 채워진 서울 대학로 공연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투입된 네 남자의 피아노 소리가 동숭동을 촉촉히 적실 예정이다.
이들은 27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레스토랑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맛보기 공연을 선보였다.
클래식과 재즈 뿐 아니라 라틴, 월드뮤직, 아방가르드 등의 음악을 모두 소화하는 조윤성은 직접 작곡한 '술탄 임피리얼'을 들려줬다. 소설 '천일야화'에서 착안해 작곡했다. 재즈와 아라비아 음악을 혼합한 입체적인 곡이다. 피아노는 물론,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이 합쳐진 선율에 벨리댄서의 춤까지 곁들여졌다.
조윤성은 "정통 재즈음악은 어렵기 때문에 관객들과 어울리고 교감할 수 있는 곡을 생각했다"며 "이슬람 음계는 이국적이라 음계만 들어도 솔깃해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쾌한 설득력과 논리 정연한 표현법으로 수필같은 재즈 화법이라 불리며 세련된 음악을 선보이는 송지훈은 '어스, 윈드 & 파이어'의 '셉템버'를 연주했다.
송지훈은 "그동안 따분하고 형식적인 공연을 해 오면서 연주자로서 불만이 많았다. 이번에는 해보고 싶었던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보컬이자 피아니스트, 작사·작곡, 프로듀싱까지 아우르는 윤한은 자신의 반주에 맞춰 가수 라디(32)의 '아임 인 러브'를 불렀다.

그는 "전공이 피아노가 아닌 영화음악이다. 영화음악은 클래식, 재즈, 가요, 팝, 힙합 등 여러 가지 장르를 담을 수 있는데 이를 잘 살려 풍부한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작곡가 겸 팝 피아니스트, 뮤지컬 배우, 연극 음악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신지호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편곡한 '블랙 스완'으로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음악세계를 펼쳐 보였다.
"연주할 때는 파워풀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하는데 이번에야말로 신지호의 스타일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필 더 피아노'의 한은정 제작감독은 "대학로에 새로운 예술바람을 불게 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라며 "앞으로 '필 더 보컬', '필 더 토크', '필 더 기타' 등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9월 11~14일 오후 8시 신지호, 송지훈, 윤한, 조윤성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15일 오후 3시 조윤성, 오후 7시 신지호, 16일 오후 3시 송지훈, 7시 윤한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즐길 수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