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기에 그랬다. 스플릿시스템 효과다.
2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기에서 경남FC가 광주FC에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8위에 올라 스플릿시스템에서 상위그룹에 편성됐다.
상위그룹 진입이 유력해 보였던 인천유나이티드는 최근 5연승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0-0으로 비겨 하위그룹으로 떨어졌다.
두 경기장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는 알 수 없었다. 지난 시즌만 해도 중위권 순위 싸움은 팬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그러나 스플릿시스템이 적용되는 올해부터는 다르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는 26일 30라운드를 끝으로 2주간의 휴식에 돌입한다. 그리고 내달 15일부터 올해 처음 도입한 스플릿시스템이 적용된다.
스플릿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상위그룹인 A, 하위그룹이 B로 나뉘어 나머지 14라운드를 치른다. 쉽게 말해 우열반을 가린 후에 최종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1위 FC서울을 비롯해 전북현대, 수원삼성, 울산현대, 포항스틸러스, 부산아이파크, 제주유나이티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남이 상위그룹에 편성됐다. 자존심을 지킨 8개 구단이다.
반면에 인천, 대구FC, 성남일화, 대전시티즌, 광주FC, 상주상무, 전남드래곤즈, 강원FC는 하위그룹에 모였다.
묘미는 이제부터다. 30라운드까지 상위 스플릿 진입이냐, 하위 스플릿 추락이냐가 관심이었다면 이제는 우승과 강등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상위그룹에서는 강호들끼리 진정한 최강을 가리고, 하위그룹에서는 강등을 피하기 위한 또 한 차례 생존경쟁을 벌인다. 상위그룹에 오르기 위해 마지노선인 8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이유이기도 하다.
시즌 막판 중·하위권 팀들에 동기 부여할 요소가 없었다면 스플릿시스템은 최하위권 팀들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막강한 '흥미 유발 촉매제'다.
15~16위에 머문 두 팀은 2부 리그가 신설되는 다음 시즌에 강등될 예정이다.
일단 스플릿시스템에 들어가더라도 30라운드까지 쌓은 승점은 그대로 유지된다. 최종 순위는 그룹 내에서 정해진다. 상위그룹이 1~8위, 하위그룹이 9~16위가 된다.
최종 44라운드까지 마치고 하위그룹 팀이 상위그룹 팀보다 승점이 높더라도 순위는 9~16위 사이에서 결정되는 방식이다.
상위그룹에서 1위에 오르면 역대 최고 수준인 5억원의 우승 상금을 받고 1~3위는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는다.
팬들 입장에선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는 정상급 K리그 팀의 축구를 맛볼 수 있다.
하위그룹에서는 2부 리그에 강등되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생존 경쟁을 벌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하위권 팀들의 행보에 관심이 없던 팬들도 어떤 팀이 강등의 희생양이 될 지 지켜보면 새로운 흥미요소를 찾게 됐다.
그라운드에서 선택과 집중도 사라질 조짐이다. 스플릿시스템은 매 경기 집중을 요구한다.
김봉길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은 스플릿시스템 도입 첫 해를 마친 소감에 대해 "스플릿시스템은 축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부분에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한 경기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을 준다"며 "지도자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넘어야 할 부분이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전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