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일본의 외무성 부대신이 광복절 '8·15 독도 횡단프로젝트'에 성공한 탤런트 송일국의 일본 방문을 막으면서 한류 타격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마구치 쓰요시 외무성 부대신은 24일 일본 민방에서 송일국에 대해 "미안하지만 향후 일본 입국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일본의 국민감정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국의 정부 고위관계자가 다른 나라 배우에게 보복성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자 송일국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 외무차관 '송일국, 미안하지만 일본 못온다' 뭐라 할 말이 없네요"라며 "그냥 내 세 아들 이름이나 불러봅니다. 대한, 민국, 만세!"라고 적었다.
앞서 BS닛폰은 21일 송일국이 출연한 MBC TV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첫회를 내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송일국이 김장훈과 함께 8·15 독도횡단에 참가한 사실을 확인한 뒤 방송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시청자 항의를 우려했다.
과거에도 배용준, 김태희, 그룹 '소녀시대' 등 한류스타들이 독도관련 활동으로 일본에서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일본 국수주의자들의 표적이 됐을 뿐이다. 이번에는 일본 정부 차원의 제동이다. 일본 자민당 측은 "K팝 등 한류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 가수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룹 '카라' 등은 일본에서 독도관련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류 관계자는 "국내보다 일본 활동에 비중을 두고 있는 팀들이 가장 곤란해질 것"이라며 "이들이 일본에 신세를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익을 중심으로 독도검증을 하자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일본의 한류스타 검증이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이 소재인 KBS 2TV 수목극 '각시탈' 출연제의를 받은 한류스타들이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은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친한파로 알려진 일본 연예인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수 각트(39)는 지난해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글에 동의했다가 최근 입장을 번복했다.
일본 연예인들의 망언도 잇따르고 있다. 드라마 '전차남'으로 유명한 이즈미야 시게루는 20일 도쿄의 호텔에서 열린 영화관련 기자회견에서 독도를 언급하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의) 스포츠 선수나 가수가 정치적인 언동을 하는 것"이라고 비속어를 섞어 말했다.
이즈미야가 겨냥한 가수인 '기부&독도' 김장훈은 자신의 SNS에 "같이 술이나 한 잔하면서 이성적으로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대화하면 오해도 풀리고 친구가 될 수도 있을텐데"라며 "선진국민답게 우리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고 이성적으로 대화합시다"라고 남기기도 했다.

개그맨 겸 MC 다무라 아츠시 역시 트위터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 "(한국 대통령은) 천왕폐하에게 사죄하길 바란다"라고 공격했다. 개그맨 겸 MC 정준하는 트위터에 "다무라 아츠시, 입 다무라(다물라) 아저씨!"라고 조롱했다.
뮤지컬도 영향권에 들었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9월1일 도쿄 유포토홀 무대에 오르는 '궁'을 필두로 '빨래' '잭더리퍼' '스트릿 라이프' '광화문연가' 등의 하반기 현지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뮤지컬 에이전시 관계자는 "예매율 등을 볼 때 아직 뮤지컬은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도 "뮤지컬 한류가 불 붙을 시점이라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불안한 기색이다.
한류와 정치는 별개라는 낙관론도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일본 젊은이들은 독도 등 정치 현안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서 "K팝 가수들이 한국인라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춤, 스타일 등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 때문에 심한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음반사 관계자는 "가수들이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 등이 한국과 일본에서 타깃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양국의 언론과 팬들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