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을 위해 평범한 시민들이 뭉쳤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6일 동안 경기 수원 행궁길 한데우물가에서 공연되는 시민희곡낭독공연(사랑을 읽다)을 위해 연기자를 꿈꾸는 고등학생부터 손주를 키우던 할머니까지 모두 15명이 모였다.
시민 배우 15명은 지난 6일부터 수원화성 사랑채에서 매일 4시간씩 땀을 흘리고 있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 않은 시민 배우들은 얼마 남지 않은 공연에 대비해 대사 한마디에도 세심하게 신경쓰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공연기간 동안 사랑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을 담은 '춘향전', '한여름밤의 꿈', '검사와 여선생', '그 여자의 소설', '이수일과 심순애'. '불꽃의 여자 나혜석' 등 모두 6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참여하게된 사연과 동기도 다양하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이고 싶은 50대 가장과 연기자가 꿈인 아들이 시민극단에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습을 위해 한달동안 여의도에 있는 직장에서 칼퇴근을 해야 했다는 김기배씨는 "(아들에게) 젊었을 때 아빠가 연극배우로 잘나갔었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아들에게 그동안 했던 말들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했다.
올해 고3인 김수호군은 이번 공연을 통해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에 한발짝 다가서고 싶어 이번 연극제에 참여했다고 귀뜸했다. 김군은 "공부보다 연기하는 게 좋아 매일 연습시간이 기다려졌다"며 "이번 희곡낭독을 통해 자신감도 얻고 연극에 대한 열정을 더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2년째 시민배우로 참여하고 있는 박복남씨는 "시민들이 만드는 연극은 아무래도 진짜 배우들이 하는 공연에 비할 순 없다. 하지만 여기 모인 시민들은 한달동안 작품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 자체로 뿌듯함 느낀다. 전 그 뿌듯함이 좋아 지난해 이어 시민배우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배우들을 지도하고 있는 수원여자대학 장용휘 교수는 "이렇게 짧은 기간동안 여러 편의 작품을 준비한다는 것은 프로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시민배우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 주고 있다"며 "한 작품을 완성도있게 준비한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공연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성취감이 여느 공연에 비해 월등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습에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박흥식 문화교육국장도 참여했다. 염 시장은 '이수일과 심순애'에서 이수일 역을, 박 국장은 이수일의 친구 전대준 역을 맡아 시민배우들과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염 시장이 참여하는 '이수일과 심순애' 희곡낭독 공연은 오는 31일 공연된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