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 플레이오프 격인 이번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그 결과에 따라 오는 12월19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대망의 '코리안 시리즈' 무대를 밟을 수도 있다.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안 원장이 만에 하나 기권할 경우 코리안 시리즈로 직행할 수도 있어 준 플레이오프 열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4명의 후보 모두 제주에서 반드시 승리해 기선을 제압하겠다며 각오를 다졌지만 전체 제주시민의 10%에 달하는 3만6000여명이 참여할 이번 투표의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켜온 문재인 후보지만 지역위원장과 당원들로 구성된 이른바 '조직표'를 앞세운 손학규·김두관 후보의 기세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도지사인 박준영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정세균 후보 역시 호남 출신 시민·당원들의 지지를 발판 삼아 초반 돌풍을 노리고 있다.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승부처는 누가 뭐래도 첫 경선지인 제주지역이다. 미국 대선에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첫 번째 경선지이자 판세를 가늠할 풍향계 역할을 하는 것처럼 첫 검증무대인 제주 역시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의 초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멀리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지난 5월20일부터 6월9일까지 실시된 민주당 당대표 경선 때도 첫 경선지인 울산의 결과가 초반 흐름을 결정지은 바 있다.
당초 친노세력의 맹주로 불리는 이해찬 현 대표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투표 결과 예상을 깨고 김한길 현 최고위원이 1위에 올랐다. 반면 이해찬 대표는 추미애·우상호 현 최고위원에게까지 밀려 4위까지 처지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초반 기선을 제압한 김한길 후보는 이후에도 이해찬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던 부산과 충남·대전을 제외한 거의 전 지역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제주지역 표심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되는 가운데 이번 제주 경선 뒤 흐름 역시 당대표 경선 당시와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대표 경선 때 나타났던 뚜렷한 지역별 표심이 이번에도 유사한 형태로 위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당시 이해찬 후보는 문재인 의원이 버틴 부산을 비롯해 본인의 출신지인 충남·대전·세종, 박지원 원내대표가 영향력을 발휘한 광주 등지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김한길 후보는 대선주자였던 김두관(경남·경북)·손학규(전남·충북·강원)·정세균(전북)·정동영(전북) 등의 암묵적 지지를 등에 업고 각 지역에서 다수표를 얻었다.
경쟁구도 역시 당대표 경선 당시와 유사하다.
친노인 이해찬 후보가 김한길 후보를 비롯한 타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던 것처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로 평가되는 문재인 후보 역시 타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즉 문재인 후보가 이해찬 후보의 우세지역에서만 1위를 기록하는 반면 타 후보들이 각자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선전한다면 당대표 경선 당시처럼 승패를 예측하기 힘든 혼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대표 경선 당시 분위기를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 단순히 대입하기는 힘든 측면도 있다.
당대표 경선 당시 지역별 순회투표에는 지역당 1000~2000명 정도의 대의원들만 참여한 뒤 시민·당원 선거인단 28만여 명의 투표결과는 마지막까지 공개되지 않았다가 최종 결과에만 합산됐다.
반면 이번 대선후보 경선 순회투표에서는 대의원뿐만 아니라 권리당원과 시민·당원 선거인단 투표결과도 지역별로 합산돼 그때마다 발표된다.
게다가 이번 대선후보 경선 참여자 분포를 살펴보면 대의원에 비해 시민·당원 선거인단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100~1000명 수준인 대의원 수에 비해 각 지역별 시민·당원 선거인단 수는 1만~7만 명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당무와 지역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는 대의원들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후보들을 바라보는 일반시민과 당원들의 표심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대의원이 아닌 일반시민과 당원들의 선택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어느 후보가 초반 바람을 타느냐가 중요하다는 당대표 경선 당시 경험칙이 또 한 번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의 아이오와'인 제주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는 후보가 대선행 티켓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전망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