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발견된 시신은 발견 당시 추정했던 착암기(바위에 구멍을 뚫는 기계) 기사인 故(고) 김남용(56·강릉)씨로 경찰의 지문 대조 결과 확인됐다.
김씨로 추정했던 이유는 앞서 이날 오전 6시께 발굴된 착암기에서 좌측 방향으로 약 50m 정도 떨어진 돌덩어리 사이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착암기에서는 김씨의 검은색 장화 한 짝과 기계에 묻은 혈흔, 찢겨진 살점 일부가 발견됐었다.
김씨의 시신은 119구조대원들이 수습 후 구급차로 동해의 모 병원 영안실로 운구 됐다.
김씨의 시신은 형체를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심하게 손상된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은 갈기갈기 찢겨진 상태였고 신체의 약 3분의 2가량만이 수습됐다.
사고 당시의 참상을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시신 상태는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다.
◇김씨 끝내 숨진 채 발견되자 유족 '오열'
마음을 졸이며 수색 작업을 지켜보던 유족들은 김씨의 시신이 발견되자 끝내 오열했다.
슬픔에 잠긴 어머니를 부축하던 작은 아들의 볼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큰 아들은 양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리며 목 놓아 울었다.

유족뿐 아니라 나머지 실종자 가족이나 지인 모두가 눈물을 떨어뜨렸다. 수색 현장의 모든 관계자들의 마음도 그 순간만은 무거워졌다.
김씨의 유족은 구급차가 떠나자마자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며 지옥 같던 사고 현장을 떠났다.
◇나머지 실종 동료 수색 작업 활기
김씨의 시신이 발견되자 수색 작업이 한층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오후 10시 현재 라파즈 한라시멘트 하청 업체인 대림·중앙자원개발의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들은 쉴 새 없이 바윗돌을 부수고 나르고를 반복하고 있다.

해발 620m의 자병산 채석장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고 현장은 중장비들의 굉음 소리만이 가득하다.
굉음 소리는 마치 또 다른 실종자인 최돈각(54·강릉)씨의 '살려달라는, 나 여기에 있다'는 울부짖음처럼 들린다.
서치라이트가 비추는 불빛으로 대낮같이 밝아진 매몰사고 현장은 동료를 서둘러 찾기 위한 마음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씨는 김씨가 발견된 곳에서 약 70~80m 위쪽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씨가 매몰된 지점은 해발 620m, 무너진 석산의 정상은 해발 830m로 무너져 내린 돌덩어리가 무려 35만t에 달하는 것으로 구조당국은 계산했다.

그렇기 때문에 쏟아져 내린 돌덩어리를 모두 치우는 데만 무려 10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구조당국은 보고 있다.
실종 당시 최씨는 65t짜리 덤프트럭에 최상급의 시멘트를 싣고 비포장 오르막길을 오르다 변을 당했다.
착암기 작업 중 매몰된 김씨는 발파를 위해 암벽에 구멍을 뚫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김씨는 대림자원개발, 최씨는 JRD(중앙자원개발) 소속 근로자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 23일 오후 6시30분께 김씨 등과 함께 작업 중이던 홍종남(57)씨는 당일 오후 8시45분께 크게 다친 상태로 구조돼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윤태교(51)씨는 스스로 매몰 현장에서 탈출해 병원에서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윤씨는 운 좋게도 사고 현장에서 다치지 않아 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발견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사고 원인을 밝히는 수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노동부강릉지청 근로감독관들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중점 수사할 방침이다.【강릉=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