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련된 그루브로 유명한 영국의 애시드 재즈밴드 '자미로콰이'가 22일 밤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4년 만에 펼친 '아우디 라이브 2012 자미로콰이 내한공연'에는 컴퓨터의 힘을 빌린 "사기"가 아닌 라이브 밴드의 진짜 음악이 있었다.
모자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프런트맨 제이케이(43)는 오후 8시15분께 어김없이 초록 저지 셔츠에 멋스러운 감색 중절모를 쓰고 무대에 등장했다.
2010년 7번째 정규앨범 '록 더스트 라이트 스타' 투어답게 이 앨범 첫 트랙 '록 더스트 라이트 스타'로 포문을 열었다. 공연장에 운집한 팬 7000여명은 초반부터 그루브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음향이 발목을 잡았다. '록 더스트 라이트 스타'에 이어 '메인 베인(Main Vein)'를 부를 때 음향이 불안정했다. '레볼루션' '코스믹 걸'을 들려줄 때는 마이크가 나가기도 했다.
데뷔 20여년째를 맞이하는 자미로콰이는 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특히, 화려한 무대매너가 매력인 제이케이는 먹통 마이크에 대고 연신 노래를 부르며 춤을 더 격렬하게 췄다. 그의 노련함이 새삼 빛나는 순간이었다. 팬들은 더욱 열광했고 마이크가 살아나자 폭죽이라도 터진 듯 환희의 함성을 질렀다.
공연 내내 제이케이도, 팬들도 쉴 틈이 없었다. '리틀 L', '캔드 히트(Canned Heat)' '러브 풀로소피(Love Foolosophy)' '올라잇' '디퍼 언더그라운드(Deeper Underground)' 등 몸을 덩실거리게 만드는 그루브가 끊임없이 파도쳤다.

제이케이는 한국 팬들 특유의 열광적인 반응에 "베리 판타스틱 코리아"를 외쳤다. "땡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연발했다. 모든 사람이 합창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떼창'을 가능케 한 앙코르곡 '화이트 너클 라이드(White Knuckle Ride)'를 마지막으로 공연은 마무리됐다.
자미로콰이의 소문난 연주력은 과연 일품이었다. 14세 때부터 베이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는 베이시스트 폴 터너(44)가 손목의 스냅이 중요한 슬랩 등 자유자재로 베이스를 다루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미로콰이의 그루브에 든든한 힘을 실었다.
제이케이는 100여분 간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것은 물론 몸을 360도 돌리거나 유려한 발차기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다만, 공연 중간까지 종종 스피커 소리가 찢어지고 마이크가 튀는 등 음향 문제는 내내 옥에 티였다.
이날 공연장에는 자미로콰이가 뮤직비디오를 봤다는 한류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시원(25)과 은혁(26), 18~19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오가며 열린 일본 록페스티벌 '서머 소닉'에서 자미로콰이와 어깨를 나란히 한 한류스타 장근석(25) 등이 다녀갔다.
1992년 결성된 자미로콰이는 '인코그니토'와 함께 영국의 애시드 재즈를 대표하는 6인 프로젝트 밴드다. 팝적인 멜로디를 바탕으로 펑크와 재즈가 조화를 이룬 음악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으로250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팝의 본토인 미국·영국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의 트렌드세터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