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년 만에 한국어 라이선스로 선보이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장발장'으로 캐스팅된 뮤지컬배우 정성화(37)는 20일 "선망하며 믿음을 갖고 뮤지컬배우로 살아온 끝에 산의 입구에 도달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부담스럽지만 영광입니다. 앞으로 이 산을 즐기면서 잘 올라갈 생각에 기뻐할 겨를도 없네요. 바로 연습에 들어가는데, 심기일전하겠습니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레미제라블'은 '캣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힌다.
1985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초연했다. 이후 '캣츠'의 최장기 공연 기록을 경신하고 가장 오래 공연하는 뮤지컬이 됐다. 43개국 300개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4만3000여회 공연해 6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국내에는 1996년과 2002년에 투어공연으로 선보였다. 토니상과 그래미상, 올리비에상 등 세계 주요 뮤지컬상을 70개 이상 따냈다.
세계 4대 뮤지컬을 모두 제작한 영국의 세계적인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66)의 대표작으로 클로드 미셸 숀버그(작곡)와 알랭 부브리(작사) 콤비가 힘을 모았다.
2009년 영국 ITV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수전 보일(51)이 불러 유명해진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을 비롯해 '원 데이 모어' '온 마이 오운(On My Own)' 등의 넘버로도 유명하다. 12월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44) 주연의 동명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다.

1994년 SBS 개그맨으로 데뷔한 정성화는 2007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로 실력을 입증한 뒤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공연 중인 '라카지'로 인기몰이 중이다.
정성화는 "아직도 정성화라는 사람을 뮤지컬배우라기보다 개그맨으로 아는 분들이 꽤 있다"면서도 "그런 것이 부끄럽지는 않다. 개그맨 출신의 뮤지컬배우로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데 '레미제라블'이 그런 증명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런 의미에서 절실한 작품이었습니다. 연습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어요. 오디션을 보기 위해서 매일 동네 노래방에 가서 연습을 하기도 했죠. 오디션 당시 심사위원님 앞에서 저만의 공연을 보여주려고 했죠. 기분이 좋고 영광스러워요. 하하하."
'레미제라블'은 정성화가 태어나서 처음 본 뮤지컬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어떻게해야 저렇게 노래를 잘할 수 있는지 이 뮤지컬이 계속 각인돼 왔습니다. 은혜로운 뮤지컬이죠. 오디션에 합격을 하고 영국까지 가서 두 번 공연을 다시 보고 왔어요. 본것과 표현하는 것은 달라서 걱정이지만 한국의 '레미제라블'이 세계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0여명이 지원한 '레미제라블' 오디션은 7개월간 10차례에 걸쳐 치러졌다. 최종후보 배우들의 오디션 영상은 영국으로 보내졌고, 매킨토시가 심사했다.
이 과정을 통해 정성화, 냉혹한 경감 '자베르' 문종원, 가련하면서 강한 여인 '판틴' 조정은, 판틴과 그녀의 딸 '코제트'를 괴롭히는 테나르디에 부부 임춘길·박준면, 혁명을 주도하는 '앙졸아' 김우형 등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또 '에포닌'은 뮤지컬 '맘마미아!' '미남이시네요'로 주목 받은 박지연, '마리우스'는 일본 극단 시키에서 활약한 조상웅, '코제트'는 이번 뮤지컬이 데뷔작인 이지수가 연기한다. 역시 지난한 오디션 과정을 통과한 면면들이다.
'미스사이공'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로런스 코너가 연출을 맡았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번역과 가사를 쓴 최용수씨가 국내 연출을 담당한다. '미스사이공' '두 도시 이야기'의 김문정 음악감독, 뮤지컬 '남한산성' '서편제'로 유명한 극작가 조광화씨가 한국어 가사를 붙였다.
공연제작사 KCMI(대표 정명근)와 인터파크 씨어터(대표 김양선) 등이 뭉친 '레미제라블코리아'와 용인문화재단이 주최한다.
11월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개막, 같은 달 25일까지 공연한다. 대구 계명아트센터(12월8일~2013년 1월19일), 부산 센텀시티 소향아트센터(2013년 2월14일~2013년 3월10일)를 거쳐 2013년 4월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오픈런으로 선보인다. 5만~13만원.1544-1555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