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의 투자금을 운용하다 부도를 낸 부산 삼부파이낸스 양재혁(58) 전 회장이 집을 나간지 40일 가까이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양씨가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C사 하모(63) 대표를 만나러 속초로 간다며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는 실종신고를 지난달 19일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양씨는 지난 1999년 부산을 휩쓸었던 파이낸스 사태 당시 국내 파이낸스사 중 최대 규모의 삼부파이낸스 회장으로 삼부건설, 삼부엔터테인먼트 등 5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었다.
C사는 피해자들의 손실을 정산키 위해 양씨와 삼부파이낸스 법인 명의의 2200여 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처리해 만든 회사이고 하씨는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삼부파이낸스 재무담당 부사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2시께 "하씨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섰고 그 뒤 3시간만인 오후 5시13분에 속초항 방파제 부근에서 휴대폰 밧데리가 강제분리된 신호가 기지국에 잡혔다.
그러나 양씨는 열흘 뒤인 지난달 23일 오후 4시께 양씨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50대 남성이 양씨의 아들(23)이 사는 주거지 인근의 한 대형마트에서 아들 명의의 카드로 물건을 매입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양씨의 아들은 두달 전 아버지가 하씨를 만나러 속초로 가면서 혹시 연락이 없거나 연락이 두절되면 신고를 해달라고 말해 지난달 19일 경찰에 신고했으며 아버지 실종이 하씨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하씨는 2010년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양씨로부터 고소당했으며 이후 C사 간부 2명은 지난해 11월 회사 돈 58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지만 하씨는 종적을 감춘 상태다.
경찰은 하씨가 수배돼 1년여 넘는 도피행각 중에도 휴대폰과 신용카드 등 생활 흔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양씨가 하씨에 의해 납치·감금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두사람의 행방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양씨는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운용하다 1116억원을 빼돌려 계열사를 설립하고 230억여 억원을 호화생활 경비로 써버린 혐의 등으로 지난 1999년 9월 대검 중수부에 구속,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 2004년 출소했다.【부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