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은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안타 1개, 볼넷 3개만을 내주고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날 호투는 김광현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왼 어깨 재활 끝에 지난 6월2일 복귀했다가 7월1일 문학 LG전에서 왼 어깨에 이상이 생겼고, 7월8일 또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김광현은 거의 한 달 후인 지난달 27일 1군에 복귀했다. 복귀 후 김광현은 전혀 에이스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복귀 후 첫 등판이었던 7월27일 문학 LG전에서 5이닝 5피안타 3볼넷 4실점(2자책점)을 기록하고 패전을 떠안은 김광현은 2일 문학 넥센전에서 5⅓이닝 4피안타(1홈런) 4볼넷 3실점을 기록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8일 문학 삼성전에서 5⅔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얻어맞는 등 8피안타 3볼넷 6실점으로 무너졌다.
김광현은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7피안타 2실점으로 기록하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SK 이만수(54) 감독은 "롯데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오늘도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김광현은 에이스이니 90% 정도만 올라와도 좋은 성적을 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의 이런 바람이 전해진 것일까. 김광현은 이날 단 한 개의 안타만을 내주며 무실점 쾌투를 선보여 '부활'을 알렸다.
이날 95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54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고, 삼진 6개를 솎아냈다. 김광현은 최고 시속 148km의 직구에 슬라이더(31개), 투심(11개), 커브(4개)를 섞어던지며 KIA 타선을 요리했다.
김광현의 호투를 앞세운 SK는 3-0으로 승리, 5연승을 질주하며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김광현은 경기 후 "타자들이 잘 해줬다. 타선이 살아나 기분이 좋다"며 "지난 등판인 롯데전부터 공이 좋아졌다. 앞서 등판했던 데이브 부시, 채병용 선배가 잘 던져 KIA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려준 덕분에 호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직구가 좋아져서 만족스럽다는 김광현은 "슬라이더가 밋밋해지기는 했는데 역시 직구가 좋아지니 자신감도 더 생겼다"고 전했다.
김광현은 이날 호투의 가장 큰 이유를 '정신력'으로 꼽았다.
지난 8일 삼성전에서 6실점하며 무너진 뒤 마음앓이를 심하게 했다는 그는 "야구는 확실히 멘탈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있고 스스로 마음이 편해야 결과가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마음을 놨다는 것이 아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가지거나 '볼이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에 신경을 덜 쓰고, 짐을 내려놨다는 소리다"며 "내가 스스로에 대한 목표치를 너무 크게 잡고 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만 생각해야 하는 한 해인데 나도 모르게 잘 해야겠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런 부담을 버렸다. 예전에는 마운드 위에서 결과 하나를 가지고 자책하곤 했는데 지금은 '다음에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던진다"고 설명했다.
"마음의 짐을 덜었더니 4일을 쉬고 나왔는데도 크게 무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김광현은 "오늘 내가 가졌던 멘탈에는 80점을 주고 싶다. 자꾸 볼이 되면 '왜 스트라이크존에 안들어가지'라는 생각을 해 100점은 못 주겠다"며 웃었다.
김광현은 "아직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좋아지고 있으니 한 경기, 한 경기 등판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던지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도 나아가는 과정이고 재활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경기 잘 던졌다고 만족하지는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K 성준(50) 투수코치는 "김광현이 이번주에 등판한 두 경기에서 자기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의 의지를 몸으로 표현했다"며 "김광현의 과거 모습은 잊어야 한다. 앞으로 김광현이 경기운영을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김광현이 잘 해줬다. 지난 롯데전에서 김광현의 구위가 분명히 좋았다. 오늘 좋은 투구를 할 것으로 확신했다"며 흐뭇해 했다.【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