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06-05 22:22 (목)
[이사람]IBM CEO서 복지사업가 변신…김춘상 등촌사회복지관장
[이사람]IBM CEO서 복지사업가 변신…김춘상 등촌사회복지관장
  • 나기자
  • 승인 2012.08.20 0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대상자를 단순히 돕는게 아니라 '고개만족'차원서 접근
"복지는 기업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세컨드 커리어로 해볼만"

 "사회복지 분야는 기업에 있는 분들에게 의미 있는 '세컨드 커리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아흔살 넘게까지 사는 분들도 많잖아요? 2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 다시 공부하고 준비해서 이후 20년은 새로운 일을 하면서 사는거죠."

서울 강서구 등촌9종합사회복지관의 김춘상(62) 관장은 다른 복지시설장들과는 조금 다른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IBM 전무, iMBC 대표이사 등을 지낸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김 관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IBM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하며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 뒤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iMBC 초대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50세때 쯤 부친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김 관장의 부친은 우리모두복지재단의 설립자인 고(故) 김준문 이사장이다. 재단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몇번씩이나 거절했지만 부친의 뜻은 완강했다.

"후원금을 내 드릴순 있지만 아버님의 일을 맡아서 하진 못하겠다고 했어요. 내 일이 너무 바빠서 그런 고민을 할 시간도 없었고요. 그렇게 몇 번을 거절해도 아버님의 뜻에는 변함이 없었죠. 정 그러시다면 내가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지 공부를 해본 뒤 결정을 하겠다고 했어요."

김 관장은 2004년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에 들어가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공부를 하다 보니 사회복지 분야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재단 이사직을 맡다가 2007년 재단 산하의 등촌9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부임하며 현장 업무에 뛰어들었다.

등촌9종합사회복지관은 인근 임대아파트 단지 주민 4500여명의 복지 서비스를 담당한다. 저소득층 거주 밀집지역인데다 독거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정 아동, 사할린 귀국 동포 등이 많이 살고 있어 복지 서비스 수요가 다양하다.

김 관장이 취임 후 가장 주력한 부분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복지 업무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것이었다. 복지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복지 대상자로 대하지 말고 '고객 만족'의 차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효과도 제일 크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장애인들이 분기에 한 번씩 원하는 곳을 골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던 무료급식은 생활이 어려운 차상위 계층에게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김 관장은 주민들과 협조 체제가 잘 이뤄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처음엔 협박을 하거나 싸움을 걸던 알코올중독증 환자들도 이제는 복지관의 일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또 지역 내 노인 80여명은 스스로 봉사대를 만들어 단지 곳곳을 청소하고 순찰대를 조직해 청소년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관장은 솔선수범을 통한 신뢰관계 형성을 복지관 분위기 전환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매일 가장 먼저 출근해 복지관을 둘러보고 직접 주방일 등을 돕기도 한다. 복지재단을 운영하던 부모님이 20년간 매주 두 차례씩 빠지지 않고 도시락을 싸는 봉사활동을 했던 모습을 봐 왔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2007년 이후 복지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한 사회복지사는 "복지전문가들이 행복해야 수요자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김 관장의 생각"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서 탈피해 '이순신 리더십 코스' 등 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에 직원들을 참여하게 한 것도 이 때부터다. 직원들에게 적절한 자극과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것도 경영 현장에서 체득한 노하우 중의 하나다.

김 관장은 직장 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퇴직하고 무료하게 지내기 보다는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해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재능을 기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후원과 자원봉사는 생각만 갖고있으면 안된다"며 "무조건 시작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IT업계 선후배들이 그를 롤모델로 삼아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GS리테일, STX 등 여러 기업체들도 복지관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후원을 하고 있다.

올해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김 관장은 복지관 운영이 안정 궤도에 들어선 만큼 앞으로는 재단 산하 8개 사회복지시설을 함께 운영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김 관장은 나눔 문화에 대해 "우리나라는 기업 후원이 80% 정도고 개인 후원은 20% 정도지만 미국은 반대로 80%가 개인 후원이고 20% 정도만 기업의 후원"이라며 "후원을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쉽게 참여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퍼블릭웰
  • 사업자등록번호 : 616-81-58266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남광로 181, 302-104
  • 제호 : 채널제주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제주 아 01047
  • 등록일 : 2013-07-11
  • 창간일 : 2013-07-01
  • 발행인 : 박혜정
  • 편집인 : 강내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내윤
  • 대표전화 : 064-713-6991~2
  • 팩스 : 064-713-6993
  • 긴급전화 : 010-7578-7785
  • 채널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채널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hannel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