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들은 외모보다 정책과 철학이 중요하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텔레비전에 짧은 순간 비친 모습이 상당수 유권자의 뇌리에 각인된다는 점도 무시하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문재인, '흰머리는 나의 힘'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문 후보의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백발이 문 후보의 인간미를 부각한다는 것이 문 후보 선본의 설명이다.
문 후보 본인도 이제야 검은 머리로 염색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도 않고 '문재인답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로 미뤄볼 때 문 후보는 대선후보경선 기간 동안 흰머리가 섞인 현재의 헤어스타일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문 후보 선본은 흰머리에 어울릴 수 있도록 문 후보에게 남색이나 검은색 양복을 입히고 있다. 특히 남색 양복을 입을 때는 채도를 달리하며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선보일 스타일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
캠페인전략본부장을 맡은 김영준 연예기획사 다음기획 대표는 "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후보 부인의 역할이 커진다"며 "문 후보 부인은 직접 옷을 제작해서 입는 등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 문 후보가 부인과 함께 노출됐을 때 두 사람이 하모니를 이루는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 후보 부인 김정숙씨에겐 흰색 옷이나 베이지색 등 파스텔색상 옷, 그리고 다소 거친 질감의 옷이 어울린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정세균, '옷보다 얼굴'
정세균 후보는 파란색 와이셔츠에 노란 넥타이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지난 4일 청년창업가 간담회에서는 분홍색 계열의 와이셔츠를 입는 등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외에 활동적인 행사에 참가할 때는 청바지 차림으로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정 후보 선본 관계자들은 정 후보가 워낙 잘 웃고 정감 가는 외모의 소유자라 무슨 옷을 입든지 옷보다 얼굴이 더 눈에 띈다는 점 때문에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다.
정 후보 후원회장인 소설가 박범신씨 역시 지나치게(?) 좋은 인상 탓에 정 후보의 인생역정이 얼굴에 묻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누구보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극복해낸 정 후보지만 낙천적이고 침착한 성격 탓에 마치 가난을 모르고 자란 귀공자 같은 인상인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도 역임하는 등 나름대로 풍족한 삶을 살았는데도 얼굴을 보면 마치 가난하게 살아온 듯한 인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인상이 정치인 정세균에게는 일종의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정 후보는 선본 내 홍보팀과 전략팀을 동원해 유세현장의 분위기나 행사의 주제에 맞는 색상의 의상을 입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손학규·김두관·박준영, '최고의 코디는 가족'
이외에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 박준영 후보는 의상 선택을 가족의 손에 맡긴다.
유난스레 전문가까지 두고 외모를 꾸미는 것보다는 정책과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게 세 후보의 기본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세월 함께 지내온 부인과 자녀들의 눈썰미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 후보 부인 이윤영씨는 남편에게 주로 파스텔톤 상의나 체크무늬 상의를 추천한다. 경선기간이 여름이라 대부분의 행사장에서 '노타이 패션'을 추구했다. 밝고 젊은 분위기,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함이었다.
부득이 넥타이를 매야할 경우 이씨와 선본은 손 후보에게 보라색을 추천하는 경우가 잦다. 보라색 넥타이를 착용해야 정치 지도자로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손 후보 선본 관계자의 설명이다.
슬하에 딸 셋을 둔 박준영 후보는 30대 중반인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 스타일링을 맡긴다. 딸들은 박 후보에게 잘 어울리는 줄무늬 계열 상의를 자주 입히는 편이다. 이들은 텔레비전 토론에 앞서 아버지의 화장까지 도맡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후보 측은 이번 경선 들어 박 후보가 '토론회 패션'의 선두주자로 활약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예비경선 토론회 당시 박 후보는 하늘색 줄무늬 셔츠를 착용해 하나 같이 하얀색 셔츠를 입은 타 후보들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당시 박 후보의 의상을 눈여겨본 다른 후보들이 이후 열린 토론회부터는 다양한 색상의 상의를 미리 준비해와 토론회장 배경을 확인한 뒤 어울리는 스타일의 셔츠를 골라 입었다는 것이다.
김두관 후보는 부인 채정자씨의 코치를 받는다. 경남도지사 시절에는 거의 검은색 정장만 입었지만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부터는 상하의 색상이 다른 콤비스타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도지사 시절에는 창원에 있는 단골 이발소에서 머리를 다듬었는데 대선후보경선을 치르러 상경한 뒤부터는 부인 채씨와 함께 서울에 있는 미용실에 다니고 있다. 파마도 조금씩 하고 있지만 머릿결에 힘이 없는 편이라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연출하기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텔레비전 토론이 시작되면 김 후보는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전담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얻어 이미지메이킹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