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조가 9월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200억원 안팎의 피해가 발생한 1995년과 2003년의 '적조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19일 국립수산과학원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여수시 돌산읍 임포 동쪽 앞바다에 적조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2주동안 전남에서는 여수와 고흥 일대 7개 양식장에서 돌돔 33만8000마리와 넙치 15만7000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피해액만 10억원에 육박한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적조해역도 확산되고 있다.
전남에는 현재 ▲여수 돌산도, 금오도 일대 ▲고흥 금산도 일원 ▲완도 신지, 약산 일대 ▲장흥 득량만 등 4곳에 적조경보가 내려진 상태며, 수과원은 18일 완도군 군외면 서측∼고금면 상정리에 대해 '적조주의보'를 새로 추가했다. 이 해역의 코클로디니움 적조생물의 밀도는 ㎖당 최고 340개체가 나타났다.
태풍이 불지 않고, 냉수대가 사라진 점도 문제지만 현재로선 기록적인 수온이 최대 악재다.
예찰 결과, 적조경보가 내려진 전남지역 4개 해상의 표층 수온은 최저 26.8도에서 최고 31도까지 치솟았다. 평년보다 최고 6도 가량 높고, 적조주의보가 내려질 당시보다도 2∼4도 가량 높아졌다.
특히 장흥 앞바다에서 측정된 31도는 기록적인 것으로, 수산 당국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수온이 31도까지 올라가고, 28도 이상이 수일간 유지되는 것은 지극히 드문 일"이라며 "해당 해역에 유해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적조경보 기준치(㎖당 1000개체)보다 5배 많이 출현한 것도 고수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고흥 금산면 일대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전복 260만 마리가 폐사하고 최근 경남 통영의 양식장 4곳에서 비브리오감염증 등으로 양식 어류 30만 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도 적조가 아닌 고수온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8일부터 전남 연안의 물때가 사리(대조·大潮)에 접어들면서 물 흐름이 커져 외해역에 분포하던 적조띠가 연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여기에 당분간 전남 해역에 태풍 소식이 없어 이 상태로라면 적조가 장기화될 공산이 큰 점도 문제다.
시군 관계자들은 "적조가 최악의 경우 9월 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보고 황토 살포와 사육생물의 먹이공급 중지, 액화산소 준비 등 다각적인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각각 54일과 58일간 고밀도 적조가 유지되면서 216억원(737만2000마리 폐사)과 176억원(870만 마리가 폐사)의 피해가 발생한 1995년과 2003년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증폭되고 있다.
도 수산자원과 관계자는 "한동안 잠잠했던 경남 해역에 새롭게 적조경보가 발령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적조의 발생 메카니즘과 방제기술 개발 등을 위한 전문 연구센터 건립과 함께 유해생물에 내성을 지닌 우량 어족자원, 이른바 '선발종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무안=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