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거래 위축 → 집값 하락 → 주택담보대출 상환압박 가중 → 가계대출 연체액 급증'이라는 악순환에 따른 경기 악화 가능성이 DTI 규제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성'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5·10 주택거래활성화 대책 발표 당시까지만 해도 국토해양부 등과 맞서면서도 DTI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DTI 완화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주택담보대출로 고통받는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등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의 입장도 바뀌었다. 내수 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택거래 위축을 보고있어서만은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DTI 완화를 주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오후 3시부터 9시간 가까운 마라톤회의(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를 열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실수요자 특성에 맞춰 일부 불합리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여야 정치권이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하며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정부는 DTI완화 등의 세부내용을 8월 중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장관급회의체인 '경제활력대책회의'를 가동했고, 17일 규제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규제 보완방안은 일자리가 있는 젊은층의 장래예상소득을 추산해 DTI 소득지표로 활용하고,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있는 노년층의 자산에 대해 은행정기예금 수익률 수준의 소득을 인정해 주는 내용을 담았다.
또 금융소득 분리과세 대상자의 증빙소득에 금융소득을 합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6억원 이상 주택구입용 대출에도 가산항목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역모기지 대출에 대한 DTI 적용 배제 등 실수요자 불편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당초 8월말 상정하기로 했던 DTI 규제의 불합리한 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앞당겨 논의하고자 한다"며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경제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부의 한 고위공무원 역시 "지금 부동산 시장이 전혀 안 돌고 있는 상태"라며 "일단 거래를 정상화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