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2010년 1월9일 중앙일보 ‘정진홍의 소프트파워-훈민정음 되살리자’의 일부다.
◆… ‘ㆍ’를 되살려 ‘하늘 ㆍ’로 이름하자는 것이다. ‘ㆍ’는 1912년 4월 조선총독부가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을 제정하면서 사라졌다. ‘ㅏ’음에 합쳐버린 것이다. 하지만 ‘ㆍ’와 ‘ㅏ’는 같지 않다.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사람(人)은 사ㄹㆍㅁ이었다. 1910년 大韓每日申報(대한ㅁㆎ일신보)도 사람을 사ㄹㆍㅁ으로 쓰고 있다. 세종 이후 1910년까지 변치 않은 표기였다. 발음해보면 ‘사’와 ‘ㄹㆍㅁ’의 입 벌린 정도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사는 ㄹㆍㅁ에 비해 입이 더 벌어지고 ㄹㆍㅁ은 사에 비해 덜 벌어지는데, 이 덜 벌어지는 아 음이 바로 ‘ㆍ’다. … ‘ㆍ’는 소릿값이 없어져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일제가 의도적으로 죽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하늘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본래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ㆍ’에 대해 둥근 하늘을 상형한 것이라 했다. 따라서 ‘ㆍ’는 ‘아래 아’가 아닌 ‘하늘 ㆍ’자로 고쳐 부르고 되살려야 마땅하다. 으뜸 모음인 ‘ㆍ’가 압살됨으로써 훈민정음은 ‘ㆍ ㅡ ㅣ’ 즉 천지인에 바탕해서 만들어졌다는 창제원리를 망실하고 말았다. ‘ㆍ’가 없다면 ㅡ 혹은 ㅣ와 결합해 만들어진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 등이 존재할 근거조차 없다….
다음, 2009년 10월28일 뉴시스 ‘신동립의 잡기노트-있는데 없다, 훈민정음 아래ㆍ또는 하늘ㆍ’의 일부다.
◇… 조선총독부가 ‘ㆍ’, 아래 아를 없애버렸다. …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 1910년 8월3일자 대한매일신보도 ‘사람’을 ‘사ㄹㆍㅁ’으로 쓰고 있다. 세종 이후 1910년까지 변치 않은 표기다. … 사람을 발음해보면 ‘사’와 ‘람’의 입 벌린 정도가 다름을 감지할 수 있다. 사는 람에 비해 입이 더 벌어지고 람은 사에 비해 덜 벌어지는데, 이 덜 벌어지는 아 음이 바로 ㆍ다. 그래서 바른 표기는 사ㄹㆍㅁ이다. … 본래 ㆍ는 아래아가 아니었다. 해례본에서는 ㆍ에 대해 하늘을 상형한 것이라 했다. 따라서 ㆍ는 ‘하늘 아’자로 불려야 온당하다. 하늘 ㆍ, 과연 훈민정음 제1번 모음에 걸맞는 이름이다. … 해례본에 따르면 ㆍ자는 11개 모음 중 맨 먼저 생겨난 것이다. 무도한 조선총독부가 1912년도부터 모음 서열 1위인 하늘 ㆍ자를 그것과 연계돼 있는 ㆎ 자와 함께 없애버렸다. ㆍ자가 없어지면서 ㅐ와 발음이 유사한 ㆎ도 덩달아 피해를 입었다. … ㅏ와 ㆍ의 차이가 입의 벌어지는 정도에 있음을 알면, ㅐ와 ㆎ의 차이도 저절로 알 수 있다. 大韓每日申報(대한ㅁㆎ일신보)할 때의 大는 입을 크게 벌리고 발음하는 ㅐ이고, 每(ㅁㆎ)는 그보다 입을 작게 벌린다. 조선총독부가 언문철자법을 제정한 목적은 조선어를 더욱 잘 교육시키려한 것이 절대 아니다….
◆를 보는 순간 ‘어, 이거 내 기사 베꼈네’라고 바로 알아챘다. 읽거나 마우스로 긁어 붙인 것은 가물가물해도 타자한 것은 대부분 기억한다. 더구나 ◇는 세상 어디에서도 못 접한 학술이론을 처음으로 알린 글이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뉴시스 통신사, 즉 뉴스 도매상에게 돈을 주고 콘텐츠를 사가는 신문사다. 귀찮아서 잊어 넘겼다.
그러나 ‘창작자’는 나 같은 ‘인용자’와 달랐다. ◇의 근거가 된 연구업적을 일궈낸 대종언어연구소 박대종 소장은 ◆를 쓴 정진홍 논설위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사유는, 아니나 다를까 “표절”이다. ◇의 전문은 큰따옴표로 출처가 박 소장임을 명기했다. 하지만 ◆는 박 소장이 아닌 정 논설위원의 발견이요, 가르침이다.
박 소장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평가위원들은 위 글에 대해 ‘박대종 소장에게 저작권이 귀속돼 있는 부분’이라 명시해 남대문경찰서에 보냈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도 남대문경찰서에 보낸 의견서에서 “박대종의 ‘ㆍ’의 음가에 대한 설명은 학계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고 특기했다. 독창성을 인정한 것이다.
박 소장은 스페셜리스트다. 특정, 세부를 파고든다. 언론인은 대개 제너널리스트다. 깊이는 모르더라도 넓게 알려고 애쓰는 자들이 많다. 직업의 필요에 따라 장기에 걸쳐 확보한 각계각층 전문가의 전화번호가 자산이려니, 안분지족하는 이들이다.
나는 ‘ㆍ’의 음가 따위에 천착할 만한 여유가 없다. 섬싱뉴와 언유주얼에 쫓기며 실시간 인터넷 세상을 바쁘고 불안하게 살고 있는 기자일 뿐이다. 학자가 아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