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실상 이들 단체와 안 원장 간 직접적인 교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단체들의 정체성과 노선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는 현실이다.
'진정한 안 원장 친위대냐 아니면 권력을 쫓는 부나비냐' 하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면서 이들 단체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형국이다.
전국 25개 대학 소속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비전 2050 포럼'은 17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대학교수 선언'이란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원장 지지를 공식 선언한다.
이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4개월 동안 비공개 회의를 거쳤으며 이번 지지선언을 통해 안 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안 원장의 뜻과 그분이 펴낸 책 속의 내용에 공감한다"며 "전국에 있는 교수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함께하자고 제안했다"고 포럼 결성 과정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은 장기간 분단체제로 인한 이념적 갈등과 신자유주의로 인한 극심한 양극화 현상으로 위기에 처했다"며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대통합을 가져오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일조하길 바란다"고 단체의 노선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 교수가 단체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안 원장과 만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교수는 '안 원장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건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고 답해 사실상 교류가 없음을 시인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이 "2050포럼은 안 원장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는 점도 한국비전 2050 포럼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나아가 이 교수가 지난 2월 출범 직후 흐지부지된 안 원장 팬클럽 '나철수'(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당시 나철수에는 이장희 교수를 비롯해 정해훈 북방권교류협의회 이사장, 정창덕 고려대 교수, 고종문 전 주택관리공단 사장 등이 공동대표로 참가했다.
이들은 "안 원장과 만나 정치 전반에 대해 기본적인 교감을 이뤘다. 안 원장 영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지만 안 원장 측이 관계가 없는 단체라고 발표하면서 혼란에 빠진 뒤 결국 닷새 만에 해체된 바 있다.
한국비전 2050 포럼이나 나철수 외에도 안 원장 지지를 공표한 단체로는 '철수 산악회' '함께하는 세상 포럼 철수처럼' 'CS코리아재단' 등이 있다.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의 길벗산악회를 모태로 하고 있는 철수산악회는 정당 등록을 통해 안 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정식 정치정당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회원수가 2만명으로 추산되는 철수산악회는 전국 시도별 책임자 물색에 나서는 등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대선 전까지 안 원장 지지 100만명 서명운동도 계획했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철수에서 빠져나온 정창덕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CS코리아재단 역시 전국 각지에서 발기인대회를 잇따라 여는 등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CS코리아는 선언문에서 "국민행복시대, 국민화합 및 국가통합 시대,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국민운동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공동체를 위한 국민운동 및 사회개혁, 즉 공동체적 성장을 가꾸고 키워나가야 한다"고 노선을 밝혔다. 그러나 안 원장이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진력이 반감된 감이 없지 않다.
최상현·이종석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함께하는 세상 포럼 철수처럼'은 지난 2월 출범 후 조직 확대 방안과 대선 시 활동 방향 등을 활발히 논의했지만 최근 활동은 뜸한 편이다.
특히 철수처럼은 전북 부안에서 주최하는 단합대회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강연자로 초청한다고 발표했다가 정 전 총리가 강하게 부인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자발적인 지지모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안 원장 측은 연관성을 부인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지모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낼 수도 없는 처지라 안 원장 측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안 원장 측 참모들은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색깔과 노선이 분명치 않은 지지모임과 섣불리 손을 잡았다가 대선 판에 나서기도 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며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재단을 상대로 대선 전에 기부행위를 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통보를 받은 마당에 사실상 통제가 되지 않는 지지모임들의 '자발적인 행위'가 현행법에 저촉될 공산도 매우 크다.
그렇다고 지지모임을 폄훼하고 백안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당이라는 배경이 없는 안 원장으로서는 신당 창당, 민주통합당 입당, 단일화 경선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유동적인 상황에서 자발적 지지세력의 존재는 의외로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외곽조직으로 분류되는 이들 지지세력은 실제로 정권 창출의 숨은 공신이었다.
노태우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탠 월계수회, 김영삼 캠프를 외곽에서 지원사격했던 나사본(나라사랑운동본부), 김대중 대통령 대선 승리에 기여한 연청(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노무현 정부 출범의 원동력이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명박 정부를 출범에 기여했던 선진국민연대 등 사례를 감안할 때 안 원장으로선 지지모임을 쉽사리 내팽개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성된 지지모임이 버릴 수도 취할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되면서 안 원장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