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을 배경으로 한 김상돈의 4분짜리 비디오 작품은 거대한 기억과 폭압의 흔적, 공포의 복선 등을 담고 있다. 카메라는 1950년대 이후 그 지역에서 사망한 무연고자들이 묻힌 공동묘지를 향한다. 자연의 분위기를 차분히 재현하는 것 같지만 중간마다 무덤 표식이나 미군기지의 전형적 흔적 등 복잡한 생각을 드러낸다.
소리 조각의 김기철은 비, 바람 등 자연의 소리를 일상의 소리와 뒤섞어 불편하게 만든다. 일상의 행위가 만들어내는 많은 소리가 듣는 사람의 심적 상태에 따라 원래의 맥락과 전혀 다른 상태로 존재하게 되는 삶의 불안함을 표현한다.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17일부터 열리는 '플레이그라운드'는 한국사회의 '불안'에 주목한 기획전이다.
참여 작가들은 직설적으로 불안을 언급하지 않지만, 그들의 시야에 포착된 대상들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미술관 측은 "공포와 달리 불안은 지속시간이 길고 대상이 불분명하다. 자살률과 이혼율,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등 달갑지 않은 지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는 현실이 그러한 징후"라며 "이번 전시는 불편함을 은폐하는 수사의 과잉으로 점철된 오늘날 한국사회의 불안한 풍경을 총체적으로 고찰한다"고 소개했다.
과장된 색감과 불안정한 구도를 보여주는 공성훈의 회화를 비롯해 이미지와 소리 사이의 이질감을 통해 개인과 국가라는 관계의 절대성을 뒤집는 오인환의 영상,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채집한 정주하의 사진 등이 나왔다. 전시는 9월28일까지다. 02-760-4850【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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