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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3000개가 넘는 '대입전형'…학부모·수험생 '혼란'-입시 컨설팅 업체 '성행'
[기획]3000개가 넘는 '대입전형'…학부모·수험생 '혼란'-입시 컨설팅 업체 '성행'
  • 나기자
  • 승인 2012.08.16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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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전형 안내 책자가 책 한권 분량을 넘고 난생 처음 보는 전형도 너무 많아서 학부모 입장에서 환장할 노릇입니다."

고3 수험생을 둔 주부 송모(41·여)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대학 1차 수시 모집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어떤 전형을 택하는 것이 유리한지 당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입시전형이 하도 많아서 학부모 입장에서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전형 책자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이해하기 힘들고 어떤 전형을 정해야 할지 망막합니다."

송씨는 직접 대학 입시 전형을 공부해 계획을 짜려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송씨와 같은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 대부분이 송씨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송씨는 대학 입시 컨설팅 업체 문을 두드렸다. 가뜩이나 수시 응시 횟수가 6번으로 제한되면서 조바심이 난 송씨는 비싼 줄 알면서도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이웃 소개로 찾아간 한 입시 컨설팅 업체는 송씨에 시간당 50만원을 요구했다. 금액에 놀란 송씨는 혀를 내둘렀지만 고심 끝에 입시 컨설팅을 받기로 결정했다.

송씨는 "'부모 때문에 대학 못갔다'는 딸의 원망섞인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부담이 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빠듯한 살림에 100만원에 육박하는 컨설팅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러 대학들이 아직 세부 전형을 확정하지 않은 채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다보니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의 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에 이를 이용해 고가의 상담비용을 내세운 입시 컨설팅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매년 달라지고 복잡해져가는 대입 전형이 입시 컨설팅 업체 배만 불려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은 입시 건설팅 업체를 일종의 보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3 아들을 둔 이모(40·여)씨는 "컨설팅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모르는 척 하기엔 입시 경쟁에서 뒤쳐지는 느낌"이라며 "입시 컨설팅은 대입 보험을 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지난해 10월 개정된 학원법에 따라 각 지자체 교육지원청에 '학원'으로 등록해야 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업체는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서 '배짱' 영업 중이다.

16일 현재 학원으로 등록한 업체는 '학원천국' 강남·서초구가 2곳, 또 다른 학원 밀집지역 노량진이 위치한 동작·관악구의 경우에는 단 한곳도 없다.

법적으로 '학원'은 지난 5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마련한 '시간별(1분당) 학원비 등급'에 따라 학원비 가이드라인이 규정돼 있다. 강남 보습학원의 경우 1분당 238원으로 한시간에 1만4000원 수준. 반면 대입 컨설팅 업체는 시간당 50만~70만원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 입시 컨설팅 업체도 ’학원 교습’에 포함돼 교육청의 비용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기준조차 없다보니 서울 강남의 일부 입시 컨설팅 업체들은 시간당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환불규정에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학원법에 따라 수강 이전에 수업을 취소하면 전액 환불을 해야 하지만 몇몇 대학 입시 컨설팅 업체는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 역시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이 대입 컨설팅 업체에 대한 학원비 규정을 내려주지 않았다"며 "최근 공문을 통해 지청 별로 규정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아직 규정된 학원비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입시전형과 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가 맞물리면서 고가의 입시 컨설팅 업체가 성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대입 노하우를 무료로 공개하는 '원클릭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성삼 건국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는 "복잡한 입시전형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덩달아 입시 컨설팅 업체가 성행하도록 만들었다“며 "고액의 컨설팅 업체로 인해 실력과 관계없이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빈부격차 문제도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청이 입시 컨설팅 업체처럼 대입 노하우를 연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연구결과를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해 '원클릭 시스템'을 만들 경우 교육 서비스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동시에 공익적 차원의 교육 소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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