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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속 에어컨실외기 멋대로 설치…보행자 '폭발'-단속은 '0건'
무더위속 에어컨실외기 멋대로 설치…보행자 '폭발'-단속은 '0건'
  • 나기자
  • 승인 2012.08.13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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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통더위에 길을 걸을 때마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품어져 나오는 열기 때문에 불쾌해요."

규정을 어긴채 길가에 아무렇게나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입추(立秋)이자 말복(末伏)이었던 지난 7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지역인 신촌.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을 정도로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시민들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사이를 연신 부채질을 하며 지나갔다. 뜨거운 햇살을 손으로 가려보기도 하고차가운 음료를 계속 들이켰지만 찜통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찜통더위 탓에 건물마다 여기저기 어지럽게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도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실외기는 보행자를 향해 덥고 불쾌한 바람을 계속 쏟아냈다. 심지어 실외기의 후텁지근한 바람을 직접 맞고 있는 나무 일부는 색깔이 변하기도 했다.

상점이 밀집한 신촌에는 사람 키 높이 보다 높게 설치하거나 보행자가 더운 바람을 쐬지 않도록 가림막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실외기가 불법으로 설치돼 가동되고 있었다.

특히 가림막이 제대로 되지 않고 버젓이 인도쪽을 향해 설치된 실외기들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지날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림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에어컨 실외기가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다 보니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생 서희영(24·여)씨는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까지 맞으면 정말 불쾌하다"며 "매년 반복되는데도 왜 제대로 개선이 안 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에어컨 실외기의 안전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김재헌(27)씨는 "시민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이 아무렇게나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한 상점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며 "가림막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는 에어컨 실외기에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가 손을 집어넣어 부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에어컨 실외기 설치는 2002년 개정된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도로변 에어컨 실외기는 지면으로 부터 2m 이상 높은 곳에 설치되거나 열기가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게 설치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제까지 실질적인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다보니 설치 기준을 지키지 않고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한 상점 주인들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5년 넘게 네일샵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43)씨는 "시민들은 불편하겠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단속을 당한 적이 없다"며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에 정확한 설치규정을 모를 뿐더러 설치기사들이 알아서 해야 될 문제 아니냐"며 말꼬리를 흐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단속권한이 있는 서대문구청은 실태파악 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민원이 제기될 때만 단속에 나설 뿐 실질적인 단속은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없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지도점검이나 단속계획이 없기 때문에 주기적 단속을 하지 않는다"며 "단속 인원이 부족해 민원이 들어 온 것에 대해 중재하고 계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컨 실외기 설치업자들이 법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잘못 설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실제 민원이 들어와 현장에 나가보면 법률상 문제될게 없다"고 덧붙였다.

지자체가 단속을 외면하고 있는 사이 불법으로 에어컨을 설치한 업주들에게는 설치규정은 무용지물로 전락한 반면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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