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11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런던의 얼스 코트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0-3(22-25 24-26 21-25)으로 패해 4위로 대회를 마쳤다.
팀은 비록 졌지만 김연경(24·페네르바체)은 빛났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로 평가받는 김연경은 득점왕에 오르며 기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 책임지며 세계 랭킹 15위에 불과한 한국을 4위에 올려놨다.
조별리그 5경기, 8강전, 4강전, 동메달 결정전을 포함해 8경기 동안 207점을 쏟아부었다. 우승 후보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간판 데스티니 후커(24)의 147점보다 무려 60점이나 많은 점수다. 김연경의 클래스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당 평균 20득점을 넘겼고 조별리그 2차전 세르비아전(3-1승) 당시는 혼자서 무려 34점(서브에이스 1개, 블로킹 5개)을 쏟아부었다. 공격성공률은 59%를 웃돌았다.
팀의 공격의존도가 50%가 넘는 속에, 특히 각 팀들의 집중 견제를 받은 가운데 나온 점수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한 마디로 김연경이 팀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김형실 호'는 '김연경 호'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김연경을 등에 업은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출범 전부터 '베스트 멤버'가 구성됐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구기종목 사상 첫 메달을 안겼던 여자 배구의 뒤를 이어 두 번째 메달을 안기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것도 김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8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미국(세계랭킹 1위), 브라질(2위), 세르비아(6위), 중국(5위), 터키(11위) 등 강호들이 몰린 B조에 속해 당당히 살아남았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세계최강 미국을 상대로 1세트를 따내며 시동을 건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7전 전패를 기록중인 세르비아에 6년 만에 첫 승을 따냈다. 세계랭킹 2위 브라질을 맞아서는 3-0의 완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당히 8강에 오른 한국은 지난해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까지 제압하는 사고(?)를 쳤다.
당시 한국은 이탈리아에 0-3으로 졌다. 12개국 중 9위에 머무르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한국은 두 번 다시 패하지 않았다.
1세트를 내주고 내리 3세트를 잡아 짜릿한 역전승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동시에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에서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딴 이후 36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최고 성적을 일궜다.
이후 다시 만난 미국에 0-3패를 당했고 동메달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에 또다시 0-3 완패를 당하며 4위를 기록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열악한 국내 환경에서 이뤄낸 4강은 박수를 받을 만한 것이다.
반대 급부로 한국 여자배구가 안게 된 과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김연경 만으로는 안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보여준 그림들이 필요하다.
세터 이숙자(32·GS칼텍스)는 당시 정대영(31·GS칼텍스)과 양효진(23·현대건설)을 활용한 중앙 속공의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이탈리아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김연경 외의 공격 루트로 파고들자 이탈리아 수비가 우왕좌왕 했고 사이 김연경의 위력은 더해졌다. 한송이(28·GS칼텍스), 황연주(26·현대건설)의 공격도 덩달아 살아나는 등 공격의 선순환이 일어났다.
잔치는 끝났다. 이제 다음 잔치를 준비할 때다. 찬란했지만 아쉬웠던 런던을 뒤로 하고 다음 리우데자네이루를 기대해 본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