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만큼 값진 경험이었다고 본다."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스페인에 패했다.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런던 바스켓볼아레나에서 벌어진 런던올림픽 여자 핸드볼 스페인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9-31로 석패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3회 연속 메달을 노렸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향후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강재원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3위와 4위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인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음에도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젊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이런 큰 자리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것은 금메달만큼 값진 경험이라고 본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은 15명 엔트리(예비 P카드 1명 포함) 가운데 올림픽을 경험한 이가 6명뿐이었다. 이 중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막내로 출전했던 김온아(24·인천시체육회)를 제외하면 30대 베테랑은 5명뿐이다.
30대 베테랑 5명을 뺀 10명의 평균 연령이 22.8세로 이들의 전성기가 될 20대 중반이면 정확히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다.
강 감독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2010년 11월에 지휘봉을 잡은 강 감독은 "17개월 동안 운동을 하면서 선수들과 땀을 흘렸는데 선수들에게 보답을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놓고 야인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 감독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강재원 감독과의 일문일답
- 소감은.
"우선 스페인 감독과 선수들에게 동메달을 딴 것을 축하한다. 오늘 경기는 아주 힘든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본다. 승패와 모든 것을 떠나서 양팀 모두 대등한 경기를 했다고 보는데 경험적인 면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본다. 패배라고 보지 않고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본다. 우리 선수들이 다음에도 더 좋은 경험을 쌓는다면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17개월간 우리 선수들과 많은 연습을 했고 올림픽에 대비해서 여러모로 많은 준비과정이 있었다. 세대교체를 하면서 젊은 선수들로는 조금 힘들었다고 본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3위와 4위가 하늘과 땅 차이인데. 메달을 못 딴 부분은 아쉽고 4위에 만족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많은 짐을 가지고 있었다. 선수들의 부상도 많았고 여러 가지 있었지만 결국 메달을 못 딴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모든 것을 내놓겠다. 안타까운 것은 하나도 없다. 선수들이 워낙 잘 해줬다. 아픈 선수들이 많았는데 애들한테 고맙게 생각한다. 선수들과 17개월 동안 같이 고생했는데 보상 못 해준 게 미안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놓고 떠나야 될 것 같다. 한국 핸드볼로부터 30~35년 동안 받은 것을 보답하지 못해 미안하다. 모든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앞으로 한국 핸드볼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본다. 젊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이런 큰 자리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것은 금메달만큼 값진 경험이라고 본다. 2016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 경기 후 미팅에서 한 말은.
"선수들한테 할 말이 뭐가 있겠나.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누가 못했고, 잘 했고가 아니다. 하나가 돼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잘 해줬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경험이 되고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연장전에 가서 체력적인 부담이 많았는데.
"뭘 지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2번째 연장 때는 충분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경험도 적었지만 나름대로 하려는 의욕이 많으니까 미스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선수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김온아, 심해인, 정유라 등 주축들의 부상이 없었다면.
"다 끝난 일이지만 김온아, 심해인, 정유라가 있었으면 로테이션이 가능했다. 우선희가 너무 지쳐있던 상황이었다. 매 경기 뛰었는데 바꿔주지 못했고 그 포지션에 선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패자가 무슨 말이 있겠나. 선수들이 없어서 못한 것은 아니고 각자 잘 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행보는.
"17개월 동안 운동을 하면서 선수들과 땀을 흘렸는데 선수들에게 보답을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놓고 야인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은 최선을 다했고 협회에서도 해줬지만 나름대로 너무 지쳤다. 많은 짐을 가지고 있었는데 놓고 싶다. 황보성일, 신창호 코치들이 옆에서 감독 보필하느라 고생 많았는데 미안한 감정이다. 우리 3명은 다시 또 새로운 길을 찾아볼까 생각 중이다. 오늘 승패와 상관없이 생각했던 부분이다. 한국 핸드볼에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우리 핸드볼 많이 도와달라. "【런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