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에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은 1개다. 우승자는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황경선(26·고양시청)이 유일하다. 최소 금메달 2개를 넘어 내심 4개 모두를 싹쓸이까지 노렸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약관의 나이에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노리던 58kg급 이대훈(20·용인대)은 호엘 곤잘레스 보니야(23·스페인)에게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고 기대를 모았던 80kg이상급 차동민(26·한국가스공사)과 67kg이상급 이인종(30·삼성에스원)은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인종은 패자부활전에 진출했으나 동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실력 평준화다. 금메달 4개를 모두 챙겼던 베이징대회와는 달리 경쟁자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이대훈과의 결승전에서 9점차 완승을 챙긴 보니야는 세계선수권 2연패를 차지한 강자였고 이인종을 쓰러뜨린 안느-캐롤라인 그라페(26·프랑스) 역시 지난해 경주에서 이미 세계선수권 우승을 맛 본 봐 있다. 세계랭킹 8위 바리 탄리쿨루(32·터키)는 세계랭킹 1위 차동민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았다. 예전과는 달랐다.
여기에 이번 대회부터 적용된 차등점수제는 양날의 검이 돼 돌아왔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공격적이고 활기찬 경기 유도를 위해 차등점수제를 도입했다. 몸통 직선공격 1점, 몸통 회전공격 2점, 머리 직선공격 3점, 머리 회전공격 4점으로 점수가 세분화됐다.

베이징 회 때는 몸통 1점, 얼굴 2점으로 공격별 점수 차이가 적었다. 어느 정도 앞서나가면 지키기만 해도 이길 수 있었다. 세부 기술에서 월등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한국이 유리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큰 공격에 실점을 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심리적인 부담감은 태권도 선수들에게 가장 큰 적이었다. 한국에서는 "태권도는 올림픽만 나가면 금메달"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금메달은 당연한 일이고 못 따면 역적이 된다. 처음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도입된 2000년대 초반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태권도의 퇴출 논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총회를 열고 현 26개 종목 중 1개를 퇴출시킬 계획이다.
태권도 역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종주국 한국이 4개 종목 모두 우승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플레이가 위축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었다. 【런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