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들은 폭염 등 기후변화 자체에 대한 심각성을 높게 인식하면서도,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문제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업을 우선순위로 수행하고 있는 보건소는 조사 대상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 역시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포럼 8월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 건강적응대책에 대한 기초지자체 보건소장 및 사업담당자의 인식도'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22일~8월24일 전국 252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우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8.3%였다. 분석에 포함된 172개 보건소 중 서울 지역 보건소가 8.7%, 경기지역이 14.5%였다.
조사 결과 보건소장의 약 90%는 지난 10년간 지역에서 기후 변화를 경험했고 앞으로 10년간 기후변화를 경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보건소장이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있었던 반면,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문제를 경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75.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더욱이 문제인식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보건소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적응대책을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으로 다루는 경우는 52.4%에 불과했다.
또 보건소장은 식수의 문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문제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폭염 관련 건강문제(89.5%) 다음으로 기상재해로 인한 손상(82.8%)을 꼽았다.
아울러 이들은 기후변화 관련 건강문제에 대해 더 나은 적응 및 완화 대책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자원으로 '사업예산'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보건소 실무자들의 경우 폭염 대응 사업을 중요한 이슈라고 답한 비율은 52.3%에 불과했고,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사업이 최근 더욱 활발해졌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53.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폭염의 예측 및 위험도 평가 관련 사업으로 일기예보를 규칙적으로 검토한다는 경우가 62%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역의 폭염 대응 사업이 각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날씨에 대한 관심과 모니터링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기상청의 특보에 따라 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또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니터링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는 44.4%에 불과했다. 사망이나 질환의 원인이 폭염인지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는 응답은 20.6%에 머물렀고, 노인이나 노숙자 등 취약집단 밀집지역에 대한 위험을 자체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도 32.2%에 불과했다.
관련 사업의 경우 주민을 대상으로 더위로 인한 증상과 대응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87.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대표적인 폭염 대응 사업 중의 하나인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는 경우는 40.6%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 지자체 사업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건강영향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며 폭염, 감염병의 문제에 대해 최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기후변화 자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에 비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문제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고 관련 사업을 우선순위로 수행하고 있는 경우는 더욱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또 지역주민에 대한 정보제공 사업을 수행한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위험을 알리고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자체에 의의를 둬서는 안된다"며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 어떤 내용이 전달될지 등 효율적인 전달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영향은 노인, 외국인, 사회경제적 약자 등에게서 더욱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고 스스로 대응 능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무엇보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수동적으로 사업을 이행하기보다 지역의 기후변화 적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관점과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지역사회에서 수행하고 있는 기후변화 건강적응대책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중앙정부에서 정하고 있는 지침에 근거하고 있고 각 시·도, 시·군·구에서 보다 세부적인 목표와 전략을 세워 시행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