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철은 11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후반 12분 승부를 가르는 쐐기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몸은 이미 녹초가 돼 있었다. 하지만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메달을 따낸 구자철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우리만의 축구를 매 경기마다 보여줬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지난 과정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기분 좋게 피날레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자철은 조별예선과 토너먼트를 거치며 반드시 꼭 1골을 넣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그는 그토록 원했던 골을 운명의 3·4위전에서 터뜨렸다.
구자철은 "골을 바랐다.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한 골을 넣겠다고 대회 기간 내내 생각했었다"며 "중요한 시기 그리고 중요한 경기에 득점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정말 기쁘다. 지금은 실감이 잘 안 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엔 (이번 골이)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열렸던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에 0-3 완패를 당했다. 당시 선수로 뛰었던 구자철은 큰 충격과 수모를 겪어야 했다. 1년이 흐른 지금 지난날의 쓰라린 기억들은 그에게 약이 됐다.
구자철은 "(한일전에서)지고 싶지 않았다. 1년 전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졌을 때 썼던 메모가 보이더라"며 "'한일전 0-3대패. 정말 부끄럽고 속상하다'는 내용의 메모였다. 당시 가졌던 감정들이 떠올랐다"며 경기에 임하기 전부터 남다른 각오가 있었음을 전했다.
과정은 고됐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구자철에게도 런던올림픽은 힘든 기억보단 즐거운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런던올림픽은 우리에게 '빅 페스티벌'이었다"며 "한국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만큼 큰 자부심을 느끼자고 동료들에게 말해줄 것이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구자철과의 일문일답
-승리 소감은?
"우리만의 축구를 매 경기마다 보여줬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U-20월드컵,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얻었던 교훈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과정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기쁘게 피날레를 할 수 있게 됐다."
-득점 소감은?
"골을 바랐다.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한 골을 넣겠다고 대회 기간 내내 생각했다. 중요한 시기 그리고 중요한 경기에 득점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정말 기쁘다. 지금은 실감이 잘 안 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엔 (이번 골이)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세리머니는 미리 준비했나?
"광복절이라서 만세삼창을 했다. 국민여러분들이 올 광복절에는 태극기도 다 다시고 마음껏 기뻐하시라고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준비했다.
-동메달 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감독님이 방향을 잘 제시해주신 덕분에 우리도 문제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U-20과 아시안게임 경험이 컸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았다."
-구자철에게 올림픽대표팀은 어떤 의미?
"유럽생활을 하다보면 힘든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데 지금까지는 U-20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생각했다. 런던올림픽은 우리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행복한 기억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원했던 메달을 손에 들고 한국에 갈 수 있어서 기쁘다. 지금은 힘들어서 정신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먼 훗날 돌이켜보면 모든 것을 참고 이겨냈던 지금 순간들이 가장 큰 자부심과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홍명보 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황금세대라고들 하더라. 이 말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다. 꿈을 만들어서 드림팀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눈물을 흘리진 않았나?
"U-20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뒤에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번엔 기쁨의 웃음을 지으며 끝내고 싶었다. 이 꽉 깨물고 버텨냈고 오늘은 전혀 울지 않았다. (기)성용이는 8강 이기고 울더라."
-박주영을 지켜보며 느낀점?
"주영이형은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킬러'다. 주영이형은 뉴질랜드-세네갈-스위스전에서도 골을 터뜨렸다. 꾸준히 골을 넣어 왔는데 (여론상)좋지 않은 말들이 오고가서 그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 선수들과 거친 몸싸움 벌인 이유?
"지고 싶지 않았다. 1년 전 8월10일 한일전(친선경기)에서 0-3으로 졌을 때 썼던 메모가 보이더라. '한일전 0-3대패. 정말 부끄럽고 속상하다'는 내용의 메모였다. 이번엔 정말 지고 싶지 않더라. 당시 가졌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경기 전 선수들끼리 미팅하고 나가는데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너희들에게 의지해야 될 것 같다"고 하고 나왔다. 결국 내가 흥분했을 때 동료들이 옆에서 잘 컨트롤 해줬다. 퇴장 당하지 않고 골까지 기록하게 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병역혜택 받게 됐는데 팀 분위기는?
"동료들 매우 기쁠 것이다. 나 역시 만약 6개월 복무를 하게 됐다면 외국에 나갈 때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이번 병역 면제를 통해)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다들 지금 보다 더 좋은 조건에 좋은 팀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홍 감독과 헤어져야 하는데 기분은?
"앞으로 감독님과 또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팀을 시작하면서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이랑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축구를 하면서 쉽게 접하지 못했을 여러 감정들을 느껴봤다. 힘들고 흔들릴 때마다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날 것이다."
-올림픽 기간은 축제였나 고행이었나?
"이 좋은 날에 고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빅 페스티벌'이었다. 한국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만큼 큰 자부심을 느끼자고 동료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동메달을 땄다. 다음 목표는?
"당장의 목표는 동메달이었다.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이야기가 이어질지는 앞으로 더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카디프(영국)=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