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4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11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2런던올림픽 3·4위결정전에서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올림픽에서 아시아축구 최대의 라이벌전인 한일전이 성사됐다. 동메달이 걸려있는 역대 최고의 일전이다.
한국이 일본을 꺾을 경우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메달 획득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는다.
일본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아시아 축구 최초로 올림픽 메달(동)을 따낸 데 이어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일본 격침의 선봉장은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박주영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8강전, 준결승전까지 총 5경기에서 3골을 기록한 것에 그치고 있다. 경기당 평균 0.6골이다.
지긋지긋한 골가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의 부활이 시급하다. 5경기 동안 한 골에 그쳐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명성에 금이 갔다.
홍명보호에 승선하기 이전 터진 병역연기 논란으로 인한 심적인 부담감과 소속팀 아스날(잉글랜드)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공백이 그의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두 차례 가진 평가전(뉴질랜드·세네갈)에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활약을 기대하게 했지만 정작 올림픽 본선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후배 김현성에게 밀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후반 25분 교체투입돼 막판 골사냥에 나섰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일본전에서 골을 터뜨린다면 그 동안의 질타를 한 방에 잠재우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그간 박주영은 일본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청소년대표 시절 4골, 올림픽대표 1골, 성인대표 1골 총 6골을 일본을 상대로 넣었다. 그가 골을 넣은 경기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현재 홍명보호에서 일본을 상대로 골을 기록한 경험은 박주영 뿐이다. 2004년 AFC(아시아축구연맹)청소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연장 후반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의 극적인 결승 진출을 이끌었고, 2005년 카타르 8개국 청소년대회 결승에서는 혼자 2골을 몰아넣으며 일본을 침몰시켰다.
2006년 창원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도 선제골을 터뜨려 1-1 무승부를 이끌었고, 2010년 일본 원정 친선경기에서도 쐐기골을 넣어 2-0 승리에 기여했다.
한일전은 박주영이 명예를 회복함과 동시에 병역연기 논란으로 국민에게 진 마음의 빚을 덜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홍 감독은 병역연기 논란이 한창이던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하며 "박주영을 믿는다"고 말해왔다.
믿음에 보답하는 길은 골 뿐이다. 와일드카드이자 팀의 맏형인 그가 해결사로 나서야 할 차례다.
한국은 일본과의 올림픽대표팀 간 역대전적에서 4승 4무 4패로 백중지세다. 그러나 최근 전적에서는 뒤져 있다.
한국은 1996년 아테네올림픽 최종예선 2-1 승리 이후 9경기 동안 1승4무4패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마지막 승리는 2003년 9월 17일 친선경기였으며 이후 5경기(3무2패) 동안 승리가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등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박주영은 A매치 58경기에 출전해 23골을 넣은 베테랑 공격수다.
이번 한일전을 발판삼아 잃었던 '팬심'을 되찾고, 스스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모든 것은 그의 발끝에 달려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