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허위자백을 받아낸 뒤 기소한 검사의 행위는 불법행위로 국가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다 재심판결 끝에 무죄를 받아낸 김양기(62)씨와 가족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1986년 간첩 혐의로 국군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제505보안부대에 끌려간 뒤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허위자백을 했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이를 근거로 유죄를 인정해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해 법령 적용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어 파기환송심은 공소사실 변경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하면서 다시 같은 형량의 판결을 내렸고 이는 1987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수사 담당 검사는 보안부대의 불법수사를 묵인하고 오히려 물리력을 행사해 허위자백을 받아낸 뒤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1991년 가석방된 김씨는 2008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김씨의 자백은 보안부대 수사관의 가혹행위로 인한 임의성 없는 자백에 해당하고 다른 증거도 증명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검사는 보안부대 수사관들이 증거를 치밀하게 조작해 놓은 상태에서 사건을 송치받았다"며 "고의로 이를 은페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검사의 귀책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10% 정도로 봐 김씨에 2억원, 아내에 1억원, 자녀에 각 4000만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재심 항소심은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가 조작된 증거를 토대로 자백을 강요하고 물리력을 행사해 허위자백을 받아낸 뒤 기소한 것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까지 인정해 김씨에 9억원, 아내에 3억원, 자녀 2명에 각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검사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원심이 정한 위자료 액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해 정한 것으로 재량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