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는 가운데 당내 '혁신파'가 사실상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키로 가닥을 잡고 '구당권파'와 선 긋기에 나섰다.
심상정 전 원내대표, 유시민·조준호 전 공동대표, 노회찬 의원, 조승수 전 의원, 강동원·서기호 의원, 천호선 최고위원 등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적 정권교체와 대중적 진보정당을 위한 혁신추진 모임(가칭)'을 갖고 구당권파와 같이 갈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당내 국민참여당계와 진보신당 탈당파인 통합연대, 구 민주노동당계 비주류인 인천연합 등으로 구성된 '혁신 3주체'가 공식석상에서 신당 창당과 관련해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심상정 전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은 사회적 약자 및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정치하는 정당으로 낙인됐다"며 "이런 파국은 우리를 벼랑 끝에 세웠다. 아프고 죄송하지만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심 전 원내대표는 분당 수순을 밟지 않고 신당권파가 당내 머무를 가능성에 대해 "담합정치의 길"이라고 못박은 뒤 "국민들이 보지 못하게 막후에서 담합하는 것이다. 책임지지 않은 패권 정치, 국민을 망각하고 등 뒤에 숨어 침묵하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조준호 전 대표는 현재 당이 내홍을 겪는 것과 관련, "이런 상황은 우리가 의도적 만든 것이 아니라 일부 패권적 정파에 의해 이뤄진 상황"이라며 "노동자, 농민에게 희망을 던지는 정치는 접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렵더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승수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낭떨어지를 만나도 폭포처럼 내려가도, 큰 산을 만나도 휘감으면서 민중의 바다로 갈 것을 약속하며 출발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녹조 낀 4대강 물처럼 흐르지 않고 있다. 고여서 썩은 물처럼 됐다"고 현 상황을 개탄했다.
유시민 전 대표는 전날 강기갑 대표가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 "한편으로는 희망과 기대를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과 비판이 있다"며 "(국민참여당이) 통합진보당에 합류했을 때 느끼는 미안함과, 지금 느끼는 죄송함을 갖고 시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