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가 상승할 경우 12개 업종 가운데 자동차와 IT 등 7개 업종의 생산이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6일 한국은행 배성종 산업분석팀 차장과 박상우 조사역은 '조사통계월보 7월호'에 실은 '유가변동 요인이 산업생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국제유가 변동요인을 ▲원유 생산 충격 ▲글로벌 경기 충격 ▲글로벌 유동성 충격 ▲고유 충격으로 나눴다.
우선 원유생산 충격은 원유의 세계 생산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충격은 지속기간이 짧아 국내 생산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수요가 늘면서 유가 상승 효과를 압도해 국내 생산이 증가했다.
반면 국제원유시장 자체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유가 고유충격'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수요의 동반 상승 효과가 없어 국내 생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고유충격에 의한 유가 변동은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본격화돼 국제 유가가 10%포인트 상승할 경우 국내 생산이 0.07%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12개 업종 가운데 7개 업종의 생산이 줄었다. 특히 석유제품을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와 수출 의존도가 65%로 높은 IT업종의 생산이 크게 감소했다.
배 차장은 "자동차는 7개월 이후부터 파급효과가 본격화되기 시작해 13개월 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IT제조업은 3개월 이후부터 유가 충격의 파급효과가 본격화돼 대체로 9개월이 지난후 감소폭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장비·기타기계, 목재·펄프·종이, 의료·정밀·광학기기, 화학, 음식료, 섬유 등의 순으로 생산의 감소폭이 컸다.
반면 조선과 석유정제, 1차 금속, 의료·정밀·광학기기, 비금속 광물 등 5개 업종의 생산은 유의한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 차장은 "유가 변동이 국내 산업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수 업종에서 기업의 생산 원가 상승으로 관련 제품의 생산이 감소하는 직접적인 원인보다는 유류비 지출 증가에 따른 소비자의 예산 제약 등으로 제품 수요가 감소하는 간접적 측면에 의해 주도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섬유·의료정밀기기·IT제조업·자동차는 유류비 지출 등에 따른 소비자의 예산 제약으로 제품 수요가 줄면서 생산도 줄었다. 하지만 석유류 투입비중이 60.7%에 달하는 화학제조업은 유가 상승이 생산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제품 수요가 감소하거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경로의 영향이 컸다.
보고서는 "유가 상승기간이 길어질수록 유가 고유 충격의 간접경로를 통한 국내생산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유가 상승의 지속 기간에 따라 유가 상승에 대한 대응 정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