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현은 6일(한국시간) 울리치에 있는 왕립포병대기지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사격 남자 50m 소총3자세 결선 합계 1272.5점을 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2위에 올랐던 김종현은 한 차원 높은 무대인 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한국 남자 소총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특히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이은철(45)의 금메달 이후 20년 만에 나온 남자 소총의 메달이어서 더욱 값졌다.
김종현은 "매우 기분이 좋다. 결선에서 1위와는 많이 차이가 나서 금메달은 힘들다고 생각했고 은메달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얼떨떨해 했다.
은메달로 가는 길은 무척 극적이었다. 본선에서 1171점을 쏴 5위의 성적으로 결선에 오른 김종현은 9번째 발까지 2위 매튜 에몬스(31·미국)에게 1.6점 뒤졌다. 마지막 발에서 김종현이 만점을 쏴도 에몬스가 9.2점만 적중시켜면 은메달은 물 건너 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에몬스가 막판 예상치 못했던 7.6점으로 부진했고 김종현이 10.4점을 기록하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흔치 않은 일이다.
김종현은 "미국 선수가 쏜 뒤 박수가 나와 안되겠구나 싶었는데 뭔가 얻은 느낌이 들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라며 "내가 가서 미안하다고 하니 '네가 잘 한 건데 왜 미안해 하느냐'고 말했다. 술을 한 잔 사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하니…"라고 웃었다.
사실 김종현은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2009년 본격적으로 50m 소총3자세에 손을 댔지만 한진섭(31·충남체육회)에게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앓던 갑상선 기능 저하증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일반인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선수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래도 훈련 한 번 빠진 적이 없는 성실파다. 윤덕하 감독의 집중 지도를 받은 김종현은 1150점에 머물던 점수를 1180점대까지 끌어올렸다.
김종현은 "남들에 비해 피곤이 빨리 찾아온다. 아프다고 해서 훈련을 빠지면 눈치가 보일까봐 같이 훈련을 소화하고 숙소에 와서 뻗어버린다. 감독님한테도 아프다는 말을 한 번 안 해봤다"고 전했다.
사격 선수단 내에서 유쾌한 행동으로 인기가 좋은 김종현은 "맥주 한 잔 하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피력했다.
◇김종현과의 일문입단
-기분이 어떤가?
"은메달을 따서 매우 좋다. 결선에서 1위와는 많이 차이가 나 금메달은 힘들다고 생각했고 은메달도 생각하지 못했다. 미국 선수가 쏜 뒤 박수가 나와 안되겠구나 싶었는데 뭔가 얻은 느낌이 들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다."
-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났나.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고생하신 윤덕하 감독님과 변경수 총감독님도 생각났다. 지금까지 동고동락한 선수들과 광주에 있는 친구들도 떠올랐다. 친구들이 나를 처음 사격장으로 이끌었는데 지금은 다들 사연이 있어서 그만뒀다."
- 남자 소총 20년 만에 올림픽 메달이다.
"권총이 잘 하고 있어서 조금 주눅이 들기도 했는데 (진)종오형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즐거움을 만끽하자'고 말해줬다. 여러가지로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 2인자라는 꼬리표를 똈는데?
"이 종목을 한지 3년 밖에 안됐다. 보통 4~5년은 해야 성적을 낸다고 한다. 이 종목을 하면서 (한)진섭이형을 만났다. 진섭이형이 먼저 끌어줬기에 따라 가서 이 자리까지 왔다. 진섭이형과 둘이 열심히 해서 얻은 결과다. 1인자이든 2인자이든 열심히 해서 한국 사격을 발전시키고 싶다."
-이번 대회 사격의 성적이 좋다.
"(진)종오형이 앞에서 이끌어줘서 잘 따라갔다. 선수 7명과 함께 지내는데 거실에서 종오형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결선에서는 집중이 안되면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라'고 했다. 도움이 됐다."
- 마지막 발을 쏜 뒤 미국 선수가 어떤 말을 하던가?
"내가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자 '네가 잘 한 것인데 왜 미안해 하느냐'고 말했다. 그 선수가 원래 마지막 발에 사연이 많은 선수다. 내가 술을 한 잔 사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하니…"
- 갑상선이 안 좋다고 하던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다. 남들에 비해 피곤이 빨리 찾아온다. 아프다고 해서 훈련을 빠지면 눈치가 보일까봐 같이 훈련을 소화하고 숙소에 와서 뻗어버린다. 감독님한테 아프다는 말은 한 번도 안 해봤다."
- 선후배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것으로 소문났다.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하고 엽기적인 행동도 해준다. 그러면 다 같이 재미있어 한다."
-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가?
"맥주 마시고 싶다."【런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