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생태계 훼손 우려 등 절차적 정당성도 도마 위”

제주시 애월읍 광령1리 주민 150여 명이 5일 오전 제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종합폐기물 처리시설 건설 계획에 대해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사업 추진의 중단과 함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졸속 행정”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이날 집회는 광령1리 반대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광령3리, 고성1리, 광령초등학교 총동창회 등 지역 단체가 연합해 자발적으로 조직한 것으로 시청 정문 앞은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로 가득 찼다.

광령1리는 2009년 제주시로부터 ‘환경친화 생태마을’로 지정된 지역으로 농업과 생태체험, 전통문화 자원이 공존하는 마을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제주시가 해당 지역을 광역 종합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마을 전체가 “환경·경제·정체성의 삼중 위기”에 직면했다.
김경희 광령1리 반대대책위원은 “우리 마을은 수십 년간 농업과 자연을 기반으로 자립해 왔다”며 “이런 마을에 폐기물 시설을 들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주민과 공동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주민 의견은 수렴하지 않았고, 공청회도 없었다.”며 “누구를 위한 폐기물 처리시설이냐, 도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주민 동의부터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주민들이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주거환경과 생계 기반의 훼손이다. 집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시설에서 발생하는 악취, 침출수, 교통량 증가 등은 생활 전반에 걸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들은 “우리 마을은 유기농 재배가 주를 이루며 도외 직송으로 농산물을 판매한다”며 “폐기물 시설로 인해 이미지가 훼손되면 판매 중단은 물론, 마을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부동산 가격 하락과 전세 계약 철회 등의 현실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은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는 극단적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주민들은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정의 투명성 부족과 사전 협의 미흡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제주시 측은 해당 사업을 입지 선정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지질 조사, 측량 등 사실상 사업이 본격화됐다”는 주장이다.
이날 낭독된 대책위 성명서에서도 “주민 동의 없는 행정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주민들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지역 반발이 아닌 ‘절차적 정의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주민 측은 이미 “측량 장비가 마을 일대에 배치됐고 관련 업체 출입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며 해당 정황을 영상과 사진으로 수집해 도의회와 시민단체에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는 약 2시간가량 평화롭게 진행됐으며 마지막에는 주민 전원이 일어나 구호를 제창하며 결의를 다졌다. 이어 “주민 동의 없는 폐기물 시설 철회하라”, “졸속 행정 멈춰라” 등의 구호가 수 차례 울려 퍼졌고, 대책위는 “허가가 철회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은 “법적 대응, 국민청원, 언론 제보, 중앙정부 탄원서 제출 등 다방면의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안의 성격상 지역 정치권 개입 가능성도 높아 향후 도정 및 의회의 중재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광역 종합폐기물 처리시설은 생활·건설 폐기물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시설로 제주도 전체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그 위치가 청정 농촌 마을로 알려진 광령리로 거론되며 지역의 정체성과 충돌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도심 인근 외곽지라는 이유만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마을에 폐기물 시설을 집중하는 것은 환경정의에 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제주시의 입장 번복 여부 및 공청회 실시 여부가 주목된다. 또한 주민들의 법적 대응과 농성 돌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지역 갈등의 장기화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도지사, 도의회의 중재와 정책 조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제주도와 도의회의 대응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