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 실패를 계기로 사실상 식물정부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인척·측근 비리로 국민적 지지기반을 상실한 상황에서 임기 막판 정책 밀어붙이기가 불발로 끝나면서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역대 정권의 사례에 비춰봐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야당으로부터의 공세는 물론 본격화되는 여당의 차별화 행보에 원군을 찾기 어렵게 된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청와대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소환 통보다. 청와대 참모들과 현 정부 창출 공신들이 잇따라 구속된 상황에서 이 전 의원의 혐의가 드러나면 정부는 사실상 ‘비리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을 길이 없게 된다. 정권의 도덕적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 공격을 받아야 할 소재들은 점점 늘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합의한 대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야당은 권재진 법무장관 등 정권 실세들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까지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거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과 막판 연기는 레임덕이 본격화된 정권의 전형적 행태를 보여준다.
청와대의 성급한 정책 밀어붙이기, 정치권의 반발에 따른 포기,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간의 책임 떠넘기기 등은 전형적인 말기 현상이다.
새누리당이 최근 국민 여론을 고려해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제동을 건 데 이어 인천공항 지분매각, 차기전투기 선정 등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업들을 가로막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평론가 황태순씨는 “한·일 협정 논란을 둘러싼 정부의 움직임은 이 대통령의 권위가 이미 정부 내에서조차 먹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급속도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