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06-04 14:26 (수)
김도경작가 동화 《용왕황제국 홍보대사》 출간
김도경작가 동화 《용왕황제국 홍보대사》 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5.05.23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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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바다에 다시 신이 깃들 때까지”
​​​​​​​제6회 제주어문학상 대상 수상작, 해양환경과 제주어의 아름다운 동행
김도경작가 동화 《용왕황제국 홍보대사》 앞표지
▲ 김도경작가 동화 《용왕황제국 홍보대사》 앞표지 ⓒ채널제주

제6회 제주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도경 작가의 동화 《용왕황제국 홍보대사》가 출간되어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 마라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판타지적 상상력과 환경 의식을 절묘하게 결합한 동화로, 바다에 깃든 신화적 정서를 현대적 문제의식과 함께 풀어낸다.

동화는 마라도의 어린이 봄과 창구가 바다의 공주 겟메를 따라 미래의 바다로 여행을 떠나며 시작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변해버린 이어도, 죽어가는 산호와 병든 물고기들을 목격하게 된다. 이 충격적인 체험을 통해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깨끗한 바다를 지키기 위한 ‘홍보대사’로서의 책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동화는 단순한 환경 메시지를 넘어, 제주어와 표준어를 병기하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제주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주도 고유의 언어를 살리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네스코가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한 제주어의 문화적 가치를 어린 독자에게 친근하게 전달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함께 일깨운다.

작품은 총 여섯 편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딴지 거는 창구’, ‘쓰레기분리수거장이 된 섬’, ‘겟메가 소원하다’ 등 각 장마다 제주어 제목이 병기되어, 어린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제주어의 리듬과 어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다를 지키는 모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언어가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전한다.

작가 김도경은 “34년 전 제주에 처음 왔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기억한다”며, “제주어는 단지 방언이 아닌, 이 섬의 문화와 얼을 담고 있는 중요한 언어”라고 말했다. 그녀는 동화작가로서의 사명을 ‘제주어로 이야기하기’로 확장하며, 아이들에게 사라져가는 언어와 자연을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로 전하고 있다.

김도경 작가는 시집으로 《서랍에서 치는 파도》, 동화집 《마음의 장식깃》 등 발표. 《할머니의 숨비소리를 찾아라》로 2023년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제주에 거주하며 제주어와 동화를 접목한 작품 활동에 힘쓰고 있다.

《용왕황제국 홍보대사》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어른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하늘이 내려준 보물” 같은 제주 바다와 그 언어를 함께 지키자는 메시지는 지금 이 시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숙제이자 다짐이다.

한그루 刊 12,000원

■ 책 속에서

사람들이 비켜 가며 슬금슬금 구경했다. 창구가 어머니 손을 잡아당겼다. 창구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울컥 울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창구 엄마가 창구의 손을 뿌리치며 외쳤다.

“사람들에게 바다는 너무 소중합니다. 그런데 용왕황제국이 우리나라 바다를 떠날 거라고 합니다. 마라도 앞바다를 지키며 사는 애기업게님도 떠날 거라고 합니다!” (26쪽)

“이 섬은 용왕황제국이 만든 쓰레기 분리수거장이야.”
“아….”
내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겟메가 말했다.
“사람들이 상상 속의 섬이라고 하는 이어도가 쓰레기로 쌓여 있다는 게 믿어지니?”
“전설에서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하는 이어도?” (56쪽)

“겟메야, 용황황제님이 이어도 팽나무 안에 있는 혼령들에게 기회를 준 것처럼, 우리한테도 기회를 주려는 거지? 그래, 이젠 겟메 네 마음을 알 것 같아. 미리 말하는데,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는 홍보대사가 될게. 마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아니, 세계 사람들한테 용왕황제국이 이처럼 돌봐줘서 바다가 맑고 푸르다고 알릴게. 사람들도 고마워하면서 쓰레기 줄이려고 노력할 거야.”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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