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3년을 기준으로 다문화 전체 인구는 1,191,768명, 다문화 가구의 수는 415,584명, 다문화 가정의 자녀 수는 305,246명으로 계속해서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에 한국의 인구가 51,712,619명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문화 인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적으로는 다문화 인구,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혼란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아있다. 모델 한현민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서울에서 자랐으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외모 때문에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 피부색으로 인해서 많은 차별을 경험했고, 그것이 큰 상처로 남은 것이다. 한국 사회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여전히 외모, 혈통, 민족 등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폐쇄적인 기준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게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게 만든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같은 구성원으로 완전히 받아들여지지도 않지만, 동시에 그들의 뿌리인 모국의 문화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정체성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과 그 사회에 대한 소속감으로부터 형성되는 유동적인 개념이다. 즉 정체성은 삶의 공간, 문화적인 부분으로부터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문화 자녀들이 조금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한국 사회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며,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면 그들은 한국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다문화 구성원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아직까지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한국 사람같지 않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모순적인 태도를 개선하고 극복해 나가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성숙하고 포용적인 정체성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적으로 교육과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교육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다문화 가정과 다른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게 자신이 한국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다문화 사회를 맞이한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는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외모, 문화적인 배경이 다르더라도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한국인으로서의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그들을 한국에 온 외국인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 즉 한국인으로 수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