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쓰레기를 줍는 호국봉사단의 모습은 마치 섬의 수호자처럼 느껴져”

제주 한림 앞바다, 그 속의 또 다른 섬 비양도. 짙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이 섬에서 지난 5월 20일,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환경정화 활동이 펼쳐졌다.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특별자치도지부(지부장 강응봉)의 호국봉사단 45명이 오름과 올레길, 해안가 환경정화 사업의 일환으로 비양도를 찾았다. 이번 활동은 단순한 청소가 아닌, 자연을 아끼고 기억을 보존하는 ‘호국의 실천’이기도 했다.

이날 봉사단은 제주시 한림해안로 146에 위치한 비양도에 도착하자마자 무더운 27도 안팎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섬 주위를 서회(西回)하며 약 3.5km 해안을 따라 정화작업에 나섰다. 손에는 집게와 마대자루가 들렸고, 눈앞에는 플라스틱 병, 폐그물, 비닐, 스티로폼 등 각종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비양도는 천혜의 청정 해역으로, 현무암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어족과 해산물이 서식하는 곳이자 한림읍의 유일한 섬으로 잘 알려져 있다.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이 작은 섬은 그 이름처럼 ‘날아와 멈춘 섬’이라는 전설을 품고 있다. 중국에서 날아오던 중 물질하던 제주 해녀의 노랫소리에 이끌려 이 자리에 멈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날 비(飛)’, ‘날릴 양(揚)’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섬도 해양쓰레기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제주 전역의 해변처럼 비양도에도 해류와 바람을 따라 밀려든 폐어구와 플라스틱이 섬의 자연을 갉아먹고 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양쓰레기의 8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그 중 상당수가 외부 해역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국봉사단은 대부분 6·25전쟁 전후 출생한 국가유공자의 유자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8년부터 정기적으로 제주 곳곳의 오름, 올레길, 해안가, 그리고 지역 현충시설 주변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들의 손길 하나하나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가족을 향한 기억과, 그들이 남긴 평화를 지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관광객, 부산에서 온 김모(54) 씨는 “비양도는 이번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은 장소였다. 하지만 방파제 테트라포드 속 쓰레기들이 안타까웠다”며 “이런 환경정화 활동이 더 많이 알려지고, 동참하는 사람도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맑은 바람과 파도소리 속에서 조용히 쓰레기를 줍는 호국봉사단의 모습은 마치 섬의 수호자처럼 느껴졌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가족의 숭고한 뜻을 자연 속에서 다시 새기며, 그들은 오늘도 묵묵히 ‘기억’과 ‘실천’의 길을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