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노년층의 삶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을순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명자의 외출》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노인의 현실과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명자의 외출》은 이을순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중학교 시절 절친이었던 ‘희선’과 ‘명자’의 서로 다른 삶을 축으로 노년기의 인간 군상과 가족 간의 갈등, 나아가 억눌린 감정의 파열음을 그려낸다.
특히 주인공 ‘명자’는 원치 않은 결혼과 성폭력이라는 끔찍한 과거를 딛고 살아온 인물로 그녀가 겪는 내적 고통과 외침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이자 소설가인 이영철 평론가는 “『명자의 외출』을 읽다 보면 내면 깊숙이 밀려오는 감정의 파고를 피할 수 없다”며 “‘명자’는 자식들의 다원적 욕망에 떠밀려 생존을 넘어 자존을 위해 싸우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작품은 부정과 긍정, 절망과 소망이 교차하며 독자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을순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노년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을순 작가는 “광대처럼 아슬아슬한 줄 위를 걷는 기분으로 이 소설을 써 내려갔다”며 “희선과 명자라는 두 인물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삶의 긴 여정 끝에 ‘외출’이라는 은유적 행위를 택한 명자. 그녀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일상에 치여 잊고 지냈던 ‘나’라는 존재,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이을순 작가의 이번 작품은 독자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명자의 외출》은 단순한 노년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과 상처, 그리고 회복에 대한 문학적 성찰이자, 우리 시대가 귀 기울여야 할 또 하나의 목소리다.
이을순 작가는 2004년 계간 《대한문학》 단편소설 <안개숲>으로 등단했고, 서간집 <종이 위에 핀 꽃>, 소설집 <떠도는 자들의 섬>, <고백> 등이 있다.
청어 刊,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