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골프는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여가 활동이다. 특히 제주는 수려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국내 대표적인 골프 관광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제주 골프 관광 시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비싸기만 한 섬'이라는 오명이 씌워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전남의 한 골프장은 성수기에 36홀 그린피와 숙박을 묶어 14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의 비슷한 조건 상품은 최저가가 25만 8천 원에 달한다. 주말 요금과 성수기 요금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강원도에서도 10만 원대 골프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제주의 가격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충청이나 경기권에서도 제주보다 저렴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 골프 여행의 문턱마저 낮아지고 있다. 제주관광홍보사무소에 따르면, 수도권 골퍼들은 최근 저렴해진 중국 골프 여행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제주에서 누릴 수 있었던 '특별함'이 이제는 가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제주도는 지난 4월 '가성비 높은 제주관광 만들기'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다행히 골프장 업계도 이 협의체에 포함되었지만, 그동안 음식점이나 관광지 등에서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골프장 업계에서는 별다른 자구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는 제주 골프 관광의 신뢰도에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도내 대중형 골프장 23곳 중 5곳이 표준약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골퍼들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제주도 관계자는 "분과별로 5월까지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제주 그린피가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업체의 자구노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뿐인 약속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주 골프 관광이 다시한번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가격 책정은 기본이고, 투명한 운영과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골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가진 제주가 '비싸기만 한 섬'이라는 오명을 벗고, 다시금 많은 골퍼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목적지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는 제주 골프 업계 스스로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때다.
□ 황경남 회장 주요경력
現 주식회사 나눔 대표이사
現 제주시 연동 청소년지도협의회 회장
現 제주한라대학교 관광일본어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