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도 인격 있다”… 사과 거부 발언 이후 보수 지지층 결집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제22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되며 정계 입문 35년 만에 대권 도전에 나섰다. 노동운동가로 시작해 보수 정치인의 길을 걸은 김 후보는 독특한 정치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195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문수 후보는 경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엔 유신 체제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후진국 사회 연구회’ 등에서 활동하며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나 제적당하고, 전국민주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1980년대엔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노동자로 위장 취업해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맡았고, 전태일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으로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했다. 1986년엔 인천 5·3 민주항쟁을 주도한 혐의로 다시 체포되어 2년간 수감되기도 했다.
정계 입문은 1990년 진보 성향의 민중당 창당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동구권 붕괴와 공산주의 몰락을 계기로 그는 이념적 전환을 겪었고,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권유로 보수정당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며 보수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15~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3선에 성공했다.
2006년에는 경기도지사로 당선돼 행정 경험을 쌓았고, 2010년 재선에 성공하며 전국 최대 광역단체를 두 차례 이끌었다. 도지사 재임 중이던 2012년에는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박근혜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잠재적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후 2016년 대구 수성갑 총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등 연이은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며 한동안 정치권의 전면에서 물러났다.
정치권을 떠나 있던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2022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도 중용됐다. 이 시기부터 다시 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린 국회 현안질문에서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무위원들에게 “일어나 사과하라”고 요구한 장면에서 홀로 사과를 거부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후 한 방송에서 “국무위원도 인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국회의원의 갑질이 도를 넘었고, 일종의 폭력이었다”고 발언하며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해당 발언을 계기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진영 내 지지도 1위를 기록하게 됐다.
김문수 후보는 “노동자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국가 운영의 최전선에 서봤기에 누구보다 이 나라의 현실을 잘 안다”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여전히 높은 지지세를 보이고 있는 김 후보는, 보수 진영의 통합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