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장을 지낸 이지훈 씨가 권위 있는 문예지 《문학고을》 제72회 2025년 상반기 ‘시’ 부문 공모전에서 당선되며 등단 시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등단식과 시상식은 지난 4월 26일 경기도 부천 고려호텔에서 가족과 친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뜻깊게 진행되었다.
이지훈 시인은 이날 “등단패”와 “등단인증서”를 수상하고, ‘작가헌장’을 받으며 공식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당선작은 <‘수국’ 복덩이 사랑>과 <조배기> 두 편으로 제주라는 삶의 터전 속에서 피어난 감성과 언어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 <‘수국’ 복덩이 사랑>에서는 형형색색의 수국을 통해 다복한 삶의 정서를 표현하며, ‘짐과 내림’이라는 상징으로 삶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대조했다.
또 <조배기>에서는 제주 방언과 토속적 정서를 녹여낸 밀가루 반죽 음식 ‘조배기’를 소재로 삼아, 제주의 민속적 풍경과 신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심사위원단은 “방언의 사용이 다소 모험일 수 있으나 이지훈 시인의 시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현장성과 생동감을 더하며 지역적 정서를 극대화했다”며 “섬세한 언어 선택과 표현력, 구조적 완성도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평했다.
이지훈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제주라는 공간에서 태어나 살아온 시간들이 내 시의 뿌리이자 원천”이라며 “늦깎이 시인이지만 그만큼 간절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시를 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더 겸손히 더 정진하며 문학에 봉사하는 시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지훈 시인은 제주대학교 행정학과와 서울사이버대학 노인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42년간 공직에 헌신했다. 퇴직 후에도 숲 해설가, 청소년지도사, 생존수영강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녹조근정훈장과 국무총리 표창 등 다수의 공적 훈장도 보유하고 있다.
늦깎이지만 뜨거운 문학 열정으로 다시 시작하는 그의 행보에 문단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작품감상]
‘수국' 복덩이 사랑
만개수국
송이송이 마다
지멋 지자랑에 뽐냄
다복함이 가득
꽃송이가 포근복실
만져보는 손길
사랑담은 여염손촉
연보라 짙은은색
베이지 연분홍
자색의 새빨강
집담옆 밭담곳곳
바닷가옆
도로 가장자리에 가득
열기에 녹아내린 꽃잎
짐과 내림에 어느한쪽은 청초함
꽃 무더기속 삶의 무게
빨강 덩어리 수국
산에들에 삼동탈
주꺼시 닮음 아닌가
* 삼동탈 : 산딸기의 열매(제주도 서쪽지역 목장이나 들, 밭울타리 등에 서식하는 열매임)
* 주꺼시 : 제주어(사투리)로 “꼭닮음” “비슷함”의 뜻을 나타내는 언어
조배기
밀가루 벅벅 버무려
크기 지멋데로다
큰놈 셋놈 족은놈
숫가락 간데로 간 작품
요리 레시피 없는
왕똥멸치 몇마리
한움쿰 쥐어 텀벙
눈내나는 지들커에
그냥 솔믄다
눈물 폴폴 따끔따끔
요즘 산에 들에
하얀조배기 가득이다
설문대할망의 조배기
할망의 조화가 곳곳에 넘쳐남
소와 말들의 조배기
수확한 외로운 초원에 가득
이 또한 우리가 먹음에
추억의 맛깔 공룡알의
“하얀 조배기”다
* ’조배기‘ : 밀가루반죽 음식 조배기를 산에 들에 야초, 풀을 수확하여 새하얀 비닐 포장지로 둥글게 말아놓은 야초더미를 동일시 생각하며 의미를 담음
* ’지들커‘(제주어) : 땔감을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