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겸 소설가로 활동 중인 문영 작가의 신작 시집 《혼자는 싫은 그럴 때 있어》가 발간됐다. 이 시집은 5부로 나뉘어 총 60편의 시를 담고 있으며, 각 시는 정교한 시조의 운율 속에 상실과 결별, 상처와 애증, 추억과 그리움을 정갈하게 배치하고 있다.
작가는 시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탐구한다. “사람들이 있고, 사람들 속에는 내가 있다”는 주제로, 화자는 세상 속에서 부대끼기도 하고 고독한 자아를 형성해간다.
문영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도 “혼자는 싫은 그럴 때 있”다는 섬세한 감정을 전하며, 고독과 연대의 경계를 탐색한다. 시집은 담담한 어조로 서늘한 서정을 펼치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모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해당 장의 표제작에 대한 감상평이 에필로그로 추가되어 있어 독자가 시의 깊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영작가는 2007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됐고 저서로 《전갈자리 아내》, 《리셋》, 《미움의 질량》등이 있다. 초승문학동인,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ㅜ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그루 刊 12,000원
[작품감상]
고인 시간이 있다
사랑해
나 미처 말하지 못했네
할머니 남겨둔 놋그릇 그때처럼
푸르고 선명한 기억
새겨진 당신인데
보고픈 만큼만
푸석한 입술 축일까
할머니 입김 서린 젖은 수건 꾹 짜내니
주름진 눈물이 밤새
굽이굽이 흐를까 봐
불면을
앓는 밤 보고픈 당신이
침샘에 잔뜩 고여 목구멍 얼얼한데
놋그릇 닦아내던 당신
가득 고인 그 시간 있다
단풍
누군가의 지문이든 물기 마른 흔적이든
군데군데 삭아버린 손거울 속 낡은 집
여자는 가을을 닮아
붉은빛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