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06-10 11:32 (화)
[성매매특별법 8년][르포]불꺼진 홍등가 외국인 관광객만… 변종업소는 '性업중'
[성매매특별법 8년][르포]불꺼진 홍등가 외국인 관광객만… 변종업소는 '性업중'
  • 나는기자다
  • 승인 2012.09.21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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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뒤부터 서울시내 성매매 집결지들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다.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곳들도 대부분 지역 정비 사업으로 인한 강제 철거를 앞두고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18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인 동대문구 전농동 일명 '청량리 588' 거리는 부쩍 쌀쌀해진 날씨 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해가 저물자 업소들은 영업 준비를 마치고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두 곳 중 한 곳은 불이 꺼지거나 폐업한 상태였고 문을 연 업소는 50~60곳 정도였다. 황량한 거리에는 가끔 취객 한두사람이 눈에 띌 뿐이었다.

성매매 여성들도 짙은 화장과 과감하게 몸매를 드러낸 복장으로 치장하고 홍등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여성들은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미소를 짓거나 손짓을 보내보지만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유리문 너머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여성들은 '오빠 놀다가', '잘해줄게' 등의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간절한 목소리는 이내 한숨으로 바뀌었다.

오후 10시가 넘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조금 늘었다. 가격을 흥정하는 남성들에게서 간간이 일본어와 중국어가 들려왔다. 업소 안으로 들어서는 남성들 중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 보였다.

하지만 거리는 여전히 황량했다. 시끌벅적한 대로변과 비교하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호기심에 골목으로 들어선 승용차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경찰차가 순찰을 돌기 시작하면 미끄러지듯 거리를 빠져나갔다.

술에 취해 실수로 골목에 들어선 한 중년 여성은 놀란 목소리로 "여기가 아직도 있었네. 옛날에 철거된거 아니었어?"라고 혼잣말을 하고는 도망치듯 발길을 돌렸다.

한 업소에서 일하는 수정(28·여·가명)씨는 "(성매매 여성들이) 한 달에 몇천만원씩 벌었다는건 옛날 얘기"라며 "요즘은 사람이 워낙 없어 아가씨들이 중국인 손님들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손님이 절반쯤 된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금요일에만 사람이 많고 다른 날은 (수입이) 들쭉날쭉하다"고 설명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성매매 여성들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담배를 피우며 무료함을 달랬다. 유리방 안은 연기로 자욱했고 종이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갔다.

성매매특별법 시행후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들은 대부분 이처럼 단속의 직격탄을 맞았다. 동시에 성매매 집결지 부근에 대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서 업소들은 강제 퇴거 조치를 앞두고 있다.

업소 관계자들은 "할 수 없이 문만 열어놨을 뿐 장사는 거의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집창촌 단속이 실제로 성매매를 줄이는데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한 업소 관리자는 "집창촌을 없앤다고 해서 성매매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며 "이 곳에서 일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오피스텔이나 안마방으로 빠져나갔고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한 사장들도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이 곳에서 일했다는 윤아(34·여·가명)씨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다 빚을 지고 있어서 그만두기 어렵다"며 "나도 미용실에서 1년 정도 일해봤지만 한달에 120만~130만원씩 벌어서는 빚을 갚기도 벅차서 다시 돌아오거나 다른 업소로 가게 된다"고 털어놨다.

자정이 지나 거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한 남성이 다가와 "근처에 괜찮은 오피스텔(성매매 업소)가 있는데 놀다가라"며 팔을 붙잡았다.

그는 "여기는 이제 별 볼일이 없다"며 "오피스텔에 가면 훨씬 싼 값에 어리고 예쁜 아가씨들과 놀 수 있다"고 유혹했다.

그간 집창촌의 성매매에 단속이 음성적인 성매매 업소의 증가로 이어지는 이른바 '풍선효과'에 대한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매매 집결지는 2008년 935곳(2282명)에서 2009년 845곳(1867명), 2010년 760곳(1669명)으로 집계되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반면 키스방, 이미지방 등 변종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은 2010년 30건(103명)에서 2011년 382건(637명)으로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또 오피스텔이나 풀살롱 같은 성매매 업소도 도심 외곽지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해 최근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업소들은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고 위생이나 성폭력 문제에서 오히려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성매매를 모두 범죄화하면 성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착취나 인권 침해 문제의 처리에 오히려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은경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연구센터장은 "성매매를 범죄 행위로 만드는 것은 그것을 합법화하는 것보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성매매 일반을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현행 정책은 여성과 업주, 고객을 일종의 공범 관계로 다루기 때문에 성매매 시장에서 상존하는 '성착취' 문제의 범죄적 심각성을 희석시켜 오히려 성매매와 연관된 범죄 문제를 보다 음성적으로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매매를 범죄로 만든다고 해서 '수요와 공급'의 욕망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며 "가장 최선의 정책은 성매매와 연관된 문제들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제안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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