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출판사 동서문화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문화부는 최근 '소돔의 120일'의 배포를 중지하고 즉시 거둬가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이달 초 '소돔의 120일'을 유해간행물로 판정한 데 따른 것이다.
내용이 사회 통념에 비춰 반국가성, 음란성, 또는 반사회성 등의 정도가 극히 심해 사회 전반에 해악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유해간행물로 판정된다.
성인에게는 판매가 허용되는 '청소년유해간행물'보다 제재 강도가 높다. 일반 도서 중에서도 고전에 이러한 판정이 내려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동서문화사는 그러나 간윤위와 문화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동서문화사 이용 편집부장은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사드에 대해 귀족들의 극단적인 행태를 통해 적나라한 정신분석을 가했다고 평했다"면서 "'소돔의 120일'은 그런 평의 정점에 있는 소설이다. 기존의 '청소년유해간행물'로 판정된 책들과 달리 학자들도 읽기 어려워하는 철학서"라고 반박했다.
"조만간 간윤위에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면서 "재심에서도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해다. "우리는 굳이 이 책을 팔지 않아도 된다. 다만 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싶을 뿐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소돔의 120일'이 유해간행물로 판정받아 판매 금지 조치를 받았다는 보도가 외신으로 나가 창피를 당할까 두렵다"면서 "시대가 퇴행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돔의 120일'은 1700년대를 배경으로 사드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4명의 권력자가 젊은 남녀 수십 명을 이끌고 120일 동안 벌이는 변태적인 향락의 기록이다. 37일 만에 쓴 미완성 작품으로 프랑스혁명 때 분실됐다가 1904년에 발견, 제1부의 완성 부분과 2~4부의 줄거리 요약으로 간행됐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