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8일, 제주4·3연구소(이사장 김영범, 소장 김창후)는 “2024 제주4·3연구소 시민과 함께 하는 4·3길걷기 - 항쟁의 길, 노로오름을 걷다”라는 주제로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에 한라대 승마장을 출발한 길걷기에는 연구소 회원과 시민 30여 명이 참여하여 노로오름의 ‘장태코’까지 왕복 12km 코스를 걸었다. 행사는 오후 5시에 마무리되었다.
노로오름 일대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군이 구축한 진지 시설이 여러 곳에 남아 있는 지역으로, 4·3 당시 무장대가 토벌대에 맞서 승리를 거둔 ‘산물내 전투(1949.3.)’의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장태코 경사면에는 일본군 진지 동굴의 흔적이 이어져 있으며, 피신했던 주민들이 머물렀던 흔적과 토벌대의 주둔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장태코 주변에서는 탄환과 같은 군사 유물이 발견되어 당시의 치열한 전투를 짐작할 수 있다.

행사의 안내를 맡았던 배기철 ‘4·3 통일의 길, 마중물’ 조사단장은 해설을 마치며 “보초터, 집터, 전투 흔적 등 다양한 4·3의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집중적인 조사와 보전 및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후 제주4·3연구소 소장도 “노로오름은 제주 북서부 지역인 애월면과 한림면을 연결하는 중간 거점이었다. 해발 1,000미터에 이르는 고지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피난민들이 살았고,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전투도 빈번히 발생했다. 다른 4·3 유적지에서는 이렇게 많은 무기류가 출토된 적이 없다”고 전하며, 이날 행사에 참여한 4·3 평화재단의 담당 직원에게 유물 수습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행사는 4·3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