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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칠십리가 뭐꽈?’라 물으신다면..
[기고]칠십리가 뭐꽈?’라 물으신다면..
  • 영주일보
  • 승인 2015.10.12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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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롱 대천동 주민센터

▲ 김아롱 대천동 주민센터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명의 공무원 준비생일뿐이었던 내가, 공무원이 되어, 처음 참여한 축제에 대한 소회를 쓰고 있다니 감개가 무량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듯하다.

9월 23일 발령을 받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착한 대천동 주민센터는 곧 있을 칠십리 축제에 대한 준비로 한창 들 뜬 분위기였다. 칠십리 축제라.. 서귀포에 살면서 부끄럽게도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언젠가 한번 들러보려다 꽉 찬 차들의 행렬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던 기억이 전부였던 축제다. 심지어 나는 그 날 마당놀이 경연에 참가한 대천동 주민의 반짝이는 얼굴을 보기 전까지만해도 칠십리 축제를 그저 신규 공무원으로서 참가해야 하는 하나의 일로만 생각했다.

칠십리 첫째날, 17개 읍·면·동과 3000여명의 관광객이 참여한 ‘칠십리 퍼레이드’는 각 마을 고유의 전통문화와 민속신화를 재구성하여 담아냈는데 나는 고운 한복을 입고 ‘대천동’의 기수로 참가하게 되었다. 얼떨떨하고 긴장되는 마음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걸궁팀의 흥겨움이 씻겨 주었고, 처음 참가하여 어리바리한 신입을 따뜻하게 토닥여주는 대천동 기수 오라방들과 시민들의 격려덕분에 어느새 나도 축제의 일부가 되어가는 듯했다.

많은 환호를 받은 퍼레이드 행렬이 자구리 공원에 도착하고 각 마을의 신나는 마당놀이 경연이 시작되었다.

익숙지 않은 한복을 입었던 탓에 조금 지쳐 잠깐 쉴까 하다 마당놀이에 대한 호기심에 무대 가까이 다가간 나는 진심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축제 준비로 매일 저녁 여덟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땀 흘리며 연습했다는 대천동 주민들.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개인의 시간을 내려놓으면서 열심히 노력해온 그들은 공연을, 축제를, 그 시간을 정말로 즐기고 있었다.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사람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게 되는 경험은 실로 놀라웠다. 신명 나는 공연이 끝나고 서로를 다독이며 잘했다, 아쉽다 격려의 말이 오가는 와중에 내가 던진 칭찬 한마디에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아이처럼 좋아하던 아주망의 순수한 얼굴은 내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만 같다.

다른 마을들의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고 그 중 이 날 연기 대상을 수상한 심방의 신들린(?) 연기가 돋보인 대천동의 ‘도액막이 걸궁’이 최우수에 선정되었다. 이 날을 위해 합심하여 땀 흘린 주민들, 마을 회장님들과 마을 단체장님들, 동장님과 주민센터 직원들 모두와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막 임용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던 신규 공무원에서 이내 대천동의 일원이 되어 함께 기뻐하고 있었다.

“칠십리가 뭐꽈?”라는 화두를 던진 제 21회 칠십리 축제에서 나는 그 화두에 대한 대답을 서귀포 시민들의 열정 속에서 찾았고, 그날 느낀 감동과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꼭꼭 눌러 담고 칠십리처럼 활기찬 공직 생활을 해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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