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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추자, 거북이 섬 직구도를 아십니까?
[기고]추자, 거북이 섬 직구도를 아십니까?
  • 영주일보
  • 승인 2015.05.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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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형 추자면 부면장

▲ 김문형 추자면 부면장
추자군도의 서북방에 직구도라는 섬이 있다. 추자군도 38개 무인도중 하나이며 직구낙조추자 10경중 제2경의 배경이 되는 섬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가? 직구도는 동쪽해안의 해식협곡과 경사절리군, 서쪽의 수직절리군이 수려하다. 주변 암석은 매우 얇은 용결응회함의 절리군이 잘 발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 직구도는 오랜 세월에 걸쳐 거친 파도를 품어 안고 추자와 만나지 못한 아픔을 삭이다보니 몸 속에 구멍이 뚫렸다. 이 해식동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모세의 기적을 연상케 하는 다무래미섬이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고 동북쪽으론 수령섬, 악생이, 공여, 오동여, 추포도, 횡간도가 일직선상에 놓여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는 듯 의기양양한 기세로 바다 가운데 영역을 확실히 하고 있다.

바다와 맞서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듯 5월 직구도는 푸르다. 짙푸른 바다 위에서도 신록이 완연한 직구도의 숨은 비경이 있어 소개한다.

우두도에서 아침을 맞은 태양이 직구도를 향할 때 하루가 저물어간다. 다무래미 섬 앞에서면 바다로 지는 저녁놀은 직구도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박’~! 완전 ‘짱~이다.
 
바람을 쫓아 달려 온 구름도 비겨가지 못하고 직구도 머리에 걸려 연분홍 치마를 입는다. 붓길로 그어낸 듯 한폭의 수채화가 매일같이 직구도에 걸린다. 마치 추사 김정희 선생님이 대정골에서 위리안치되어 추사체와 세한도를 낳았던 것 것처럼. 두 살배기 황경한의 어머니 정난주 마리아가 아들을 그리워하듯 직구도의 낙조는 붉게 바다를 태우며 출렁거린다.

어떤 사연이 맺혔을까. 상추자 머리에 서서 길을 인도하는 직구도는 거북이가 수영을 하는 듯하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다. 망망대해에 해무가 낄 때면 섬들은 모두 모습을 감춘다. 그 막막함 속에서도 직구도는 추자가 나아갈 길을 묵묵히 인도해 준다.

푸른 바다 위에 붉은 양탄자가 깔리고 그 길은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 상추자 최정상에 오르면 여인의 모습을 한 여신이 물 위에 누워 있다. 해질 무렵 인어공주가 몸을 풀어내는 듯 그 신비함을 직구도는 받혀주고 있다.

바다가 해를 삼킬 때쯤 어해로 나갔던 배들이 희망의 불을 밝히며 항구로 들어온다. 오늘은 제법 운이 좋았나보다. 만선 깃발을 꽂고 집어등 환히 밝힌 고깃배가 춤을 추듯 항구에 닿을 내린다. 밤이 되면 섬도 별이 된다. 너도 별이 된다. 직구, 다무래미, 추포, 횡간도도 별이 된 깊은 밤, 파도의 자장가 소리에 장작평사 몽돌 구르는 소리가 외로움을 깎는다.

직구낙조! 그 아름답고 애잔한 마음을 눈에 넣으시라.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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