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2012년의 사제비동산 산불이 한라산에 끼친 피해는 비록 크지만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킨 것 또한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것이다. 이 산불은 20년 이상 한라산에 산불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한라산이 기후 또는 여타의 이유로 산불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제주도민의 막연한 기대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산불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근거 없는 기대다. 최근 몇 년간 산불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제주도민의 의식이 개선되고 제주시 등 산불당국이 철저한 예방활동을 추진한 결과로 보는 것이 옳지 결코 우연히 주어진 결과가 아니다.
2014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384건의 산불이 발생해 631ha의 산림이 소실되었다. 이 중 51%인 195건이 3월에서 4월 사이에 발생하며, 원인은 입산자 실화와 소각이 70%에 달한다. 이 통계는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특정 시기가 있으며, 대부분 산불의 원인이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산불은 순간의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다. 무서운 것은 작은 실수가 너무나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있다. 한라산과 오름들, 곶자왈 등 제주도의 산림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범세계적인 자연유산이다. 이 소중한 자연유산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지는 자명하다. 그동안 별 일 없었다고 방심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다. 제주도를 진정 산불이 없는 섬으로 만들기 위한 경각심이 절실하다.